"1995년 이건희 회장님이 승인한 삼성전자의 마지막 유통 파트너입니다."
이정 미래반도체 대표(사진)는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회사의 성장전략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코스닥 상장이 미래반도체의 매출 성장을 위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반도체는 1996년 설립된 반도체 유통회사다. 메모리·비(非)메모리(시스템) 반도체를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매입해 고객사에 납품한다. 회사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반도체 유통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 제품의 99%를 삼성전자에서 사들이고 있어서다. 국내 삼성전자 유통파트너는 총 3곳, 이중 하나가 미래반도체다.
미래반도체는 이 대표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 대부분(70%)이 삼성전자 출신이다. 모두 반도체 업무 업력만 28년으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반도체 전문가다. 이 대표가 반도체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까지 수반된 '기술 영업'을 회사의 경쟁력으로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의 기술 영업 인력 비중은 80%에 달한다.
이 대표는 "기술 영업 중심의 솔루션 조직의 구성, 철저한 재고·채권 관리를 통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시현했다"며 "CS(고객만족)그룹 인력도 확충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와 AS(사후관리)서비스 대행 계약을 맺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반도체 A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세에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7.4%였다. 2022년 매출은 5502억원, 영업이익은 22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8%, 13%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했다. 올해 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공모자금을 기반 삼아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과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계획 등도 향후 실적 상승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반도체는 사업구조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서도 회사의 성과는 뚜렷했던 배경이다. 특히 비메모리 부문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30%에 그쳤던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지난해 말 60%까지 높아졌다. 이 대표는 향후 이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을 더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업황 침체에 대한 얘기는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된 것"이라며 "비메모리 비중이 늘어난다는 건 업황 등락에서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메모리 부문이 수주 기회도 많다"며 "올해는 비메모리 비중이 7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반도체는 코스닥 상장을 매출 성장의 도약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약 200억원의 자금 대다수(84%)를 재고 확충 등 운용자금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미국·동남아(인도·인도네시아) 거점 마련 등 해외 진출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코스닥 상장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상장하는 건 활황기에 액셀(액셀러레이터)을 밟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봐서다. 시장이 좋을 때 하면 이미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반도체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다. 보호예수로 묶인 주주가 최대주주인 이 대표(68.12%)와 이 대표의 아내 전모씨(6.19%),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0.75%)이 전부라서다. 신한투자증권의 보호예수 기간이 3개월로 짧지만 다른 IPO 업체들과 달리 벤처캐피털VC) 등 이외 투자자들의 물량 출회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미래반도체는 총 36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희망밴드는 5300~6000원, 예상시가총액은 공모 희망가 상단 기준 866억원이다. 오는 10~11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같은 달 13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이달 16~17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오는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