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상대 '땅 소송' 승소…봉은사, 417억 배상 받는다

입력 2022-12-30 17:36
수정 2023-01-06 19:23
약 50년 전 공무원들의 서류 조작으로 서울 강남 일대 땅을 빼앗겼던 봉은사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조계종 봉은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약 417억5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최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과거 봉은사는 농지개혁법에 따라 강남구 소재 토지 2472㎡(약 748평)를 국가에 팔았다. 당시에는 경기 광주군 소재 토지였다.

1949년 제정된 농지개혁법은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지를 정부가 유상 취득해 농민에게 분배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유권은 원소유자에게 환원된다고 규정했다. 봉은사가 국가에 매도한 이 땅 역시 농민들에게 분배되지 않았다. 봉은사에 소유권이 환원된다고 보는 게 타당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1971년 성동구 소속 공무원들은 마치 분배 및 상환이 완료된 것처럼 가장해 제3자 명의로 이 땅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공무원들은 1978년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봉은사는 이 땅을 되찾기 위한 소송에 나섰지만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소유권이 넘어간 지 오래돼 제3자들의 취득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봉은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정부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봉은사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정부의 책임은 60%로 제한했다.

봉은사가 오랫동안 소유권 환원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정부가 결국 토지 처분으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토지 가격은 695억1300만원으로 감정됐지만, 결국 국가는 417억5500만원만 배상하게 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