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안전운임제)의 본회의 직접 상정을 추진한다. 여당이 장악한 법제사법위원회를 우회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접 올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맞서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면서 새해에도 여야의 대치 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양곡법 다음은 안전운임제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안전운임제는 자기들(정부·여당)이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며 “법사위가 (안전운임제 연장 법안을) 처리 안 하고 있으면, 국토교통위에서 논의해서 직회부하는 부분도 당연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지난 28일 의원총회에서 “법사위에 계류 중인 안전운임제 연장 법안이 두 달 후 국토위로 넘어오면 모든 의원이 힘을 합쳐 본회의에 상정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법 86조 3항에 따르면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토위 재적 의원은 민주당 17명, 국민의힘 12명, 정의당 1명으로 민주당 전원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찬성하면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올해 말 일몰하는 안전운임제 유효 기간을 3년 더 연장하는 이 법안은 지난 9일 민주당과 정의당이 국토위에서 강행 처리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법사위에 막혀 있다.
국토위는 법사위에 넘어간 지 60일째가 되는 내년 2월 7일 이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몰 연장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기 때문에 12월 31일을 넘기더라도 자동으로 일몰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받았다”며 “법안 재발의가 아닌 일몰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직회부 vs 거부권…또 충돌법사위는 개별 상임위에서 통과한 안건의 본회의 부의를 결정짓는 역할을 해왔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통과해야만 본회의에 넘어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양당이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본회의 직회부를 위한 법사위 계류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대폭 줄이면서 법사위를 우회할 여지가 커졌다. 정권 교체 이후 당론 법안들이 번번이 법사위에서 막히자 민주당 내에서 역풍을 감내하더라도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임시회에서 민주당의 법사위 패싱 시도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현재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이면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친민주당 성향으로 구성된 상임위는 전체 17곳 중 정무위·교육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문화체육관광위·농해수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국토위·여성가족위 등 9곳이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불을 예고했다. 다음달 말께 본회의에 부쳐질 양곡법이 거부권 행사의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통과시킨다면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곡법부터 밀리면 민주당이 앞으로 더 많은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입법 독주에 대한 비판이 많은 만큼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고 했다.
이유정/노경목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