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9일 14: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은 ‘한파’가 몰아쳤다. 잇딴 기준금리 인상에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와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논란 등이 겹치면서 회사채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어려운 시기에 채권발행시장(DCM)의 전통 강자인 KB증권이 빛을 발했다.
29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대표주관(일반 회사채) 부문에서 173건, 8조8257억원어치 거래를 주선해 DCM 1위를 지켰다. 일반 회사채뿐 아니라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부문에서 2위,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며 모든 영역에서 고른 실적을 쌓았다.
특히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 영향으로 자금 시장이 주춤한 시기에 우량 회사채를 연이어 단독 주관한 게 눈길을 끌었다. 이달 발행한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이 모두 공모채 ‘완판’에 성공하는 등 뒷심을 발휘한 게 1위 자리 수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2위는 NH투자증권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151건, 8조1851억원 규모 일반 회사채 발행을 대표 주관했다. 여전채 부문에선 KB증권을 제치고 가장 많은 발행 실적을 기록했다. KT, 현대백화점 등 굵직한 회사채 발행에도 다수 참여했다. SK E&S 등 SK그룹의 주요 회사채 발행을 맡기도 했다.
SK증권은 올해 64건, 5조5885억원어치 발행을 주관해 3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4위에서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다. 자산유동화증권에서 1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한국투자증권은 117건, 5조987억원 대표 주관실적을 쌓아 4위를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27건, 3조3536억원의 실적으로 지난해보다 순위가 한 계단 올라 5위권에 진입했다.
내년 회사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채권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우량 기업들은 ‘연초 효과’를 노리고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 이마트, 포스코, LG유플러스. 신세계, LG화학 등 ‘큰손’들이 유동성이 풍부한 연초부터 줄줄이 발행을 추진 중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완화 기조를 보이면서 회사채 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했다는 판단에서다. 채안펀드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처럼 채권시장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면 투자심리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