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에서 의도적으로 대규모 청약 미달을 유도하는 ‘깜깜이 분양’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던 시절 성행하던 분양 방식이다.
21일 건설·시행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 일정을 사전에 홍보하지 않고 의무 공고만 내고 곧바로 청약에 들어가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를 생략하거나 모델하우스를 예약제로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용히 법적 주택 공급 절차를 끝내고 조직 분양에 나서는 방식이다. 소규모 오피스텔과 지방 소도시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활용되던 이런 방식은 최근 광역시, 수도권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전남 함평군에서 분양한 결과 세 건의 청약만 들어온 함평 E단지를 비롯해 지난 19일부터 청약을 받은 인천 영종도 M단지 등이 대표적인 깜깜이 분양 사례라고 업계는 추정한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홍보를 열심히 하는데도 청약이 미달되는 곳이 있는 반면 분양 광고나 마케팅을 생략하는 곳도 상당수”라며 “경영이 어려워 홍보를 못하는지, 의도적으로 청약 미달을 노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외견상 깜깜이 분양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시행사에 최악은 청약 경쟁률 1 대 1은 넘겼으나 대규모 미계약으로 무순위 청약을 반복해 악성 미분양 단지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반면 깜깜이 분양으로 청약 경쟁률이 1 대 1에 못 미치면 곧바로 임의 분양을 할 수 있고 홍보비도 절약할 수 있다. 물밑에서 분양 대행사 조직을 동원해 텔레마케팅과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선착순, 동·호수 지정 분양에 나서면 된다.
분양 진행 상황이 나쁘면 계약자에 따라 추가 할인을 해주거나 무상 옵션을 제공하는 등 유연하게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반면 정규 청약 후 계약자가 다수라면 나중에 계약자 조건을 변경할 경우 거센 항의를 받고, 이를 모두 소급 적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너도나도 청약이 미달되는 완연한 침체기에는 깜깜이 분양이 많다”며 “초기에 청약하면 상대적으로 손해일 수 있어 분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