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건설사 부도가 속출하며 연쇄 줄도산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임금체불에 들어간 중소 건설사, 말도 안 되는 헐값에 보유 자산 처분에 나선 대형 건설사 소식이 잇따른다. 넘치는 유동성에 의존해 위험 관리를 등한시한 데 따른 예고된 위기다.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한 건설업 위기의 한복판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작동 중이다. 이달 들어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을 웃도는 등 자금시장에 일부 온기가 감지되지만 PF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대로 가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부실 여파로 40여 곳이 문을 닫은 것과 같은 줄도산 사태가 불가피하다. 부동산 장기 침체, 치솟은 공사비, 미분양 급증이라는 삼각파도 탓에 위기는 내년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보다 8.5%(수도권은 13.0%) 급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PF 위기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 소재를 다툴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금융시스템 붕괴를 저지하고 한국 경제의 뇌관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50조원이 넘는 정부의 긴급시장안정대책에도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는 것은 PF 부실 규모가 워낙 커서다. 2018년 말 59조5000억원이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원(6월 말 기준)으로 불과 3년여 만에 2배 가까이로 불었다.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만 34조원으로 집계된다. 경기 연착륙을 위해 더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과 과감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