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업들 메타버스 위한 '가상인간 대전'

입력 2022-12-05 16:34
수정 2022-12-05 16:35
네이버, SK텔레콤, 한컴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버추얼휴먼(가상인간) 스타트업과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 사가 운영하는 메타버스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사회·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가상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려면 그 공간을 채울 가상인간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스노우, ‘모아’ 활용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 슈퍼랩스는 지난달 30일 버추얼휴먼 ‘모아’를 공개했다. 프랑스어로 ‘나’를 뜻하는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써 이름을 붙였다.

모아는 네이버의 각종 메타버스 서비스와 관련 광고에 활용될 전망이다. 첫 등장도 지난달 네이버가 시작한 온라인 패션 쇼핑 플랫폼 ‘패션타운’ 광고를 통해 했다. 패션타운은 아울렛과 백화점, 디자이너 명품관 등을 한곳에 모은 서비스다. ‘오픈런할 필요 없는 백화점’ 등 현실 속 쇼핑 활동을 온라인에서 옮겨 할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슈퍼랩스의 버추얼휴먼이 앞서 스노우가 키워 분사한 네이버의 메타버스 제페토와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슈퍼랩스 창업자인 전진수 대표부터가 작년까지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스노우가 창업 단계 스타트업인 슈퍼랩스에 투자해 지난 4월 자회사로 일단 편입한 것도 네이버 계열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전 대표는 “AI 기술을 적용해 메타버스 속 다양한 공간에서 활약할 수 있는 버추얼휴먼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SKT·한컴도 스타트업과 맞손
SK텔레콤은 관계사 SK스퀘어가 주요 주주인 스타트업 온마인드와 함께 버추얼휴먼 협업을 벌이고 있다. 온마인드는 SK스퀘어가 작년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해 투자전문기업으로 출범한 직후 첫 투자처로 택한 기업이다. 3D 모델링과 모션캡처 기술로 버추얼휴먼을 만든다. 버추얼휴먼의 ‘뼈대’를 잡아놓고, 여기에다 실시간으로 원본 모델의 동작을 포착(모션캡처)해 3D 그래픽을 입히는 식이다. 사전에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버추얼휴먼이 외부와 실시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온마인드의 가상인간 ‘나수아’의 목소리를 SK텔레콤의 AI 기반 음성합성 기술로 구현했다. 성우가 사전 녹음을 해 영상에 덧입히는 대신 음성합성을 통해 사람에 가깝게 자연스러운 가상인간 목소리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나수아를 자사 AI서비스 ‘에이닷’ 광고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엔 한컴그룹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인 한컴프론티스가 버추얼휴먼 기업 플루닛과 손잡았다. 양사는 함께 AI 가상인간 영상 제작 기술을 연계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추진한다. 플루닛의 플루닛스튜디오는 가상인간 영상 생성·방송 플랫폼이다. 최근 오픈베타 서비스를 열었고 내년 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용자가 자신과 닮은 가상인간을 활용해 사진·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방송 등에 유통할 수 있다.

한컴프론티스는 준비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아즈메타(a:rzMETA) 안에 플루닛 스튜디오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중적인 가상인간 메타버스 서비스’를 연다는 설명이다. 아즈메타를 누구든 크리에이터(창작자)가 될 수 있는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개발해 가상인간 기반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유통을 지원한다.

한컴프론티스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가상인간의 활동 영역을 한계 없이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가상회의나 콘퍼런스 등을 비롯해 커머스, 게임, 커뮤니티 등 각 분야에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