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장 속에 사는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이 나온다. 건강기능식품으로만 주목받았던 마이크로바이옴을 질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경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위스 페링파마슈티컬즈의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증(CDI) 치료제 ‘레비요타’를 30일(현지시간) 승인했다. FDA가 승인한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란 장내 미생물과 여기서 유래한 단백질, 항체, 유전자 등을 활용해 개발한 치료제를 뜻한다. 몸속에 사는 미생물이어서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레비요타의 치료 대상 질환인 CDI는 장질환이다. 장내 환경이 나빠지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라는 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인데 심하면 장이 썩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주로 항생제를 오래 복용한 환자나 고령층 환자에게 생긴다. 미국 바이오기업 세레스테라퓨틱스도 CDI 치료제인 ‘SER-109’의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서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장질환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호흡기 및 피부질환 치료제 개발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어서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담도암 치료제 ‘GEN-001’을 미국 MSD 키트루다와 병용으로 지난달 임상 2상에 들어갔다. 고바이오랩은 건선, 염증성장질환, 천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장내 미생물이 치료제 수단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레비요타 승인 의미가 적지 않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23년 2억6900만달러에서 2029년 13억7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