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는데 취업난은 여전…청년들 '경제고통' 심각

입력 2022-11-14 16:38
수정 2022-11-14 16:44
취업난과 물가상승 등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 수준이 다른 연령대 대비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었지만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일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전경련)는 14일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세대별로 산출한 결과, 올 상반기 기준 청년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5.1로 코로나19 확산 이전(2019년 23.4)에 비해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이 산출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각 연령대별 체감실업률과 연령대별 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이 한풀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1년(25.4) 것과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은 물가 때문이다. 상반기 물가상승률(연 5.2%)은 2019년 물가상승률(0.5%)의 약 10배 수준이다. 작년(2.3%)과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한다.



전경련은 청년들의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1~3분기 평균 물가상승률 7.3%), 교통(11.7%),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5.9%) 등의 물가가 특히 많이 오른 점을 지목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나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 생활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느끼는 취업 장벽이 여전히 높은 것도 이들의 '경제적 고통' 원인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 청년층의 체감실업률(19.9%)은 작년(23.1%)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30대 9.5%, 40대 7.9%, 50대8.7%, 60대 11.3% 등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4년간 대학 졸업자는 223만4000명에 달하는데 관리자·전문가·사무직 채용인원 등 신규 고학력 일자리는 126만4000개에 불과했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특히 심각했다. 기업들이 이공계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인문계열 졸업자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이 올 하반기 채용을 계획하는 인원 10명 중 7명(67.9%)는 이공계열 졸업자가 대상이다.

주거비와 등록금 등으로 청년층 부채 비율이 높은 가운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도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4년간 청년층(29세 이하 가구주)의 부채 증가율은 48.3%로 전체 부채 증가율(24.0%)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들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7년 24.2%에서 작년 29.2%로 상승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지속되는 청년 취업난에 급격한 물가상승까지 더해져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규제 혁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고용유연성 확보 등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