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과학기술원 총장들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긴급 유선 인터뷰에서 기획재정부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각 총장의 입장은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표시했다.
기재부는 4대 과기원 예산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리 감독을 받기 때문에 교육부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사례로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법(에특회계),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특별회계법(소특회계)을 든다. 이들은 연구개발 총괄은 과기정통부에서 맡지만 예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속해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총장들은 에특회계, 소특회계 사업과 과기원 예산의 교육부 특별회계 이관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A과기원 총장은 “에특회계·소특회계 사업은 연구소라는 동질한 집단을 대상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사업으로 특별히 이견이 생기지 않는 구조”라며 “반면 기재부가 추진하는 안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대학 교부금과 과기정통부의 과기원 사업 예산을 섞는 것으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B과기원 총장은 “예산이 오면 간섭도 함께 올 수밖에 없다”며 “돈만 주고 말을 안 하는 곳이 어디 있겠냐”고 되물었다.
기재부는 또 특별회계 이관으로 연구·교육 투자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약 3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는 만큼 4대 과기원에도 약 100억~200억원의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재부 설명에 C과기원 총장은 “처음 몇 년은 일부 예산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대학교들로부터 ‘왜 평등하게 나누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예산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D과기원 총장은 “국·공립대 및 사립대, 전문대, 평생교육원과 예산이 묶이면 4대 과기원 예산만 높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4대 과기원의 예산이 수백 개로 흩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기재부의 갑작스러운 회계 이관 추진을 지적하는 총장도 있었다. A과기원 총장은 “이번 예산 구조 변경에 대해 들은 지 약 1주일밖에 되지 않았으며 세부 상황은 교수협의회 등과도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