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고유의 맛과 향이 난다. 삶은 달걀 7개 분량의 단백질이 들었지만 진짜 달걀은 아니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액상형 대체 달걀이다. 촉촉하고 쫄깃한 고기 식감을 구현한 버거 패티도 있다. 역시 진짜 고기가 아니라 대체육이다. 모두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테이크가 개발한 식품들이다.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체식품 시장은 유럽 등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식품 문화를 선도하고 아시아 대표 푸드테크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비건만두, 베지볼, 팔라펠로 유명한 비건식품 브랜드인 이노센트, 제로(0) 칼로리 대체당 음료인 슈가로로 등이 인테이크의 대표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은 125억원.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8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테이크는 국내 대체식품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과 제품 생산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회사로 꼽힌다. 직원 40명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10명이다. 원천기술 개발과 소재화,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연구·생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 대표는 “단순 아이디어 제품이 아니라 기존 식자원을 대체할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미래 식품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다양한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탄탄하게 쌓아올린 기술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인테이크는 서울대 세종대 중앙대 등의 식품공학 교수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한 대표는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4학년이던 2013년 대학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인테이크를 창업했다. 그는 “당시 식품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생각했고, 세부 카테고리를 하나씩 혁신시키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포장 견과류 제품이 첫 아이템이었다. 이후 전통죽 시장을 파고들어 아침 대용식 형태의 ‘모닝 죽’ 시장을 열었다.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분말 액상 대체식인 밀스도 성공시켰다.
10년간 식품 스타트업을 운영해오면서 어려울 때도 많았다고 했다. 식품 시장의 주기가 짧아 성공 뒤에도 새로운 제품 개발을 계속 고민해야 했고, 쏟아지는 복제 제품과의 경쟁도 견뎌내야 했다. 한 대표는 “틈새시장을 찾아 작은 혁신과 성공을 하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큰 시장을 공략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며 “그게 바로 대체 단백질과 대체당 시장”이라고 말했다. 2018년 본격적으로 대체 단백질 연구를 시작한 배경이다. 그는 “기후 위기와 세계 인구 증가세 등을 고려할 때 생태적 비용이 높은 현재의 동물성 단백질과 당류를 대체할 기술은 꼭 필요하다”며 “2030년까지 국내 식자원의 30%를 대체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R&D를 통해 식물성 원료인 고구마순 성분을 활용해 고기의 ‘찢어지는’ 질감을 내는 데 성공했다. 고기가 익었을 때의 색감은 백년초 성분을 통해 구현했다. 한 대표는 “자체 기술력을 활용해 식물성 닭가슴살 제품도 개발했다”며 “비건 소고기, 닭가슴살, 달걀, 음료 등 다양한 제품으로 대체식품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쓸 계획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