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로펌'으로 환골탈태한 세종, 국내 톱 도약 날개 달았다

입력 2022-11-09 16:29
수정 2022-11-09 16:30

‘득인위최(得人爲最), 이위하여(以爲何如).’

법무법인 세종의 핵심 가치는 두 단어로 집약된다. 이는 세종대왕의 국정 철학이기도 하다. 득인위최는 ‘인재를 얻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세종대왕은 신분이 아니라 덕망과 재능으로 인재를 발탁했다. 이위하여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라는 말이다. 세종대왕은 질문으로 널리 좋은 의견을 구하고, 그중 가장 좋은 해법을 국정에 담았다. 인재를 불러 모으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들의 능력을 실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1983년 설립된 세종은 내년에 40주년을 맞는다. 창립 당시 4명이던 사무실은 올해 700명 규모의 거대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매출은 2701억원(해외법인 포함)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다. 국내 ‘톱5’ 로펌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올해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펌업계에선 세종이 ‘전문성을 갖춘 최고 인재’를 바탕으로 공격 경영에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변화를 선도하다‘퍼스트 펭귄이 되자.’ 퍼스트 펭귄이란 누구보다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도전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2018년 5월, 세종은 판교에 밀집한 스타트업을 겨냥해 대형로펌 중 선도적으로 판교에 분사무소인 ‘이노베이션센터’를 열었다. 빠른 대처와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스타트업 특성을 파악해 법률자문의 민첩성을 높인 것이다. 이후 세종을 찾는 스타트업이 늘자 작년 사무소를 확장 이전했다. 이후 다른 대형로펌도 경쟁적으로 ‘판교행’에 나섰다. 세종이 추격형(패스트 팔로)이 아니라 미래선도형(퍼스트무버) 전략으로 법률서비스 혁신을 주도한 대표적 사례다. 세종은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가 촉발한 산업구조 재편에 발맞춰 정보통신기술(ICT),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바이오·헬스케어, 핀테크, 가상자산, 온라인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와 중대재해, ESG 분야까지 법률서비스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최근엔 융합팀도 조직해 ‘영역파괴’에 나섰다. 기업 규제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분야를 넘나들며 법률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디지털산업팀이다. ICT그룹을 중심으로 메타버스+NFT팀, 디지털금융팀, 포렌식센터를 융합했다. 디지털 전환에 나선 금융회사와 4차 산업혁명의 선봉에 선 빅테크기업, 플랫폼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법률서비스는 물론 싱크탱크 역할까지 맡도록 했다. 부실자산관리팀도 최근 발족했다. 세계 경제가 급속히 침체한 상황에서 기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대체투자그룹과 기업금융그룹, 도산팀의 핵심 인력들이 한데 모였다. ‘1등 인재’가 ‘1등 로펌’의 핵심 역량세종이 올해 가장 주목받은 건 공격적인 인재 영입이다. ‘스타 변호사’를 대거 확보해 로펌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조세 분야 실력자로 알려진 백제흠 변호사와 인수합병(M&A) 분야의 최충인 외국변호사(미국), 디지털 포렌식 수사 전문가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 명단도 화려하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20여 명의 A급 인재를 대거 영입한 건 로펌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오종한 대표변호사는 “1등 로펌이 되기 위해선 1등 인재가 모여야 한다”며 “외부 영입과 동시에 내부 역량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세종의 ‘공격 경영’은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를 대리해 넷플릭스를 상대로 1심에서 승소했고, 한국릴리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약가인하 손배소에서 한미약품을 대리해 최종 승소했다. 굵직한 대형 거래 자문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처브그룹의 한국 라이나생명 인수,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 합병,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 쌍용자동차 매각, 베어링PEA의 로젠택배 매각 등을 자문했다. ‘칭찬은 변호사를 춤추게 한다’세종은 지난해 새로운 경영진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오 대표를 포함한 세종의 운영위원회 5명 중 2명은 40대 파트너변호사다. 구성원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조직 문화로 바뀌었다는 게 로펌 안팎의 평가다.

오 대표와 경영위원들은 연공서열적 요소를 걷어내고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협업’을 주요 성과 지표에 넣어 상호 정보 공유를 통한 시너지를 꾀했다. 파트너변호사 진입 문호도 넓혔다. 젊은 파트너들에게 많은 업무 기회를 주고 고객개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오 대표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들의 사기를 북돋워 줌으로써 조직에 활기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곧 주요 법률자문 성과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올해 초 채임버스아시아가 분야별로 평가한 국내 로펌 순위에서 총 17개 분야 중 8개 분야에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 대표는 “국내 톱 로펌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변화의 흐름을 내다보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더욱 강한 로펌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