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자금시장 '차환 공포' 낮아지나...기업어음 금리 상승세는 지속

입력 2022-10-27 17:41
이 기사는 10월 27일 17: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자본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91일 만기 기업어음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웃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 만기 기업어음(A1등급) 금리가 채권시장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를 웃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4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91일 만기 기업어음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4.54%로 마감했다. 연중 최고치다. 반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46%포인트 상승한 연 4.254%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날 0.302%포인트였던 금리차는 이날 0.286%포인트로 소폭 줄었다.

신용에 차이가 없다면 통상 만기가 길면 금리가 높은 게 정상이다. 금리가 꼬인 이유는 연말을 앞두고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모두 일제히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수급 불일치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기업어음보다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고채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금리 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단기 금융시장의 왜곡이 더욱 심화했기보다는 연이은 정부 정책 발표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먼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통상 국고채가 먼저 안정되고 이후 시차를 두고 신용물이 그 뒤를 따라간다. 금리를 높여도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던 기업어음 매물 중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부터 순차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였던 2020년 3월 정부의 코로나 비상 대응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91년물 기업어음 금리가 국고채(3년물) 금리보다 1%포인트 높은 현상은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단기 자금시장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유동화증권 매입확약물을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며 “정부의 추가 정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단기 수급면에서는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산업은행의 증권사 CP 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된 데 이어 한국은행이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 매입을 결정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PF ABCP를 매입하는 방안 역시 현실화하는 등 시장 전반에 걸쳐 수급이 점차 원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담당 관계자는 “이번 단기 자금시장 발작은 기초체력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그동안 쌓여왔던 시장 불안감이 레고랜드 사태로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 발생한 위기”라며 “다소 늦긴 했지만 강력한 정부 대책이 연이어 오면서 공포감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화당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직접 공급되는 절대적 유동성 규모가 크지는 않은 만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기업어음의 주요 매수 창구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6일 기준 MMF의 전체 설정액은 약 8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초보다 약 14조원이 빠져나갔다. 개인 고객은 예금으로, 법인 고객은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순유출 기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