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프랑스 마르세유 잇는 가스관 건설 추진

입력 2022-10-21 14:49
수정 2022-11-19 00:01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3국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마르세유 사이에 수소 등을 운반할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 합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등은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3국을 잇는 해저 가스관 ‘바르마르’를 건설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베리아반도(스페인과 포르투갈)와 프랑스를 연결,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마르세유 사이의 유럽 에너지 시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라며 “새 가스관은 유럽 에너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과도기 동안 가스와 수소를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세 정상은 이 가스관을 녹색 수소와 다른 재생 가능 가스를 운반하는 데 쓸 방침이며 유럽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를 완화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천연가스 수송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의 기후와 에너지 전환 전략을 지지하는 유럽 연대의 신호”라고 이번 합의를 평가했다.

이번 가스관 합의는 오는 12월 마크롱 대통령이 스페인을 방문하는 시점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사업 비용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은 EU의 에너지 자금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합의대로 해저 가스관이 건설되면 독일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피레네산맥을 관통하는 육상 가스관인 미드캣 건설 프로젝트를 대체하게 된다. 2003년 독일과 스페인은 미드캣 가스관을 지어 스페인과 프랑스, 나아가 유럽 전체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프랑스가 건설 기간 등을 이유로 반대해 2019년 좌초됐다.

스페인이 가스관 프로젝트에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공급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다. 스페인에는 해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분을 처리할 가스 터미널 6곳이 들어서 있다. 다른 유럽 국가와 가스관을 연결하면 유럽연합(EU)은 에너지 공급선을 늘릴 수 있다. 또 스페인은 알제리와 모로코 등 아프리카산 가스 구매 비중이 높아 가스 공급처가 다각화돼 있다.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아도 가스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드캣 가스관 프로젝트가 최근 다시 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은 미드캣 재추진을 원했지만 스페인과 프랑스는 비효율성 탓에 반대를 표명하며 무산됐다. 이날 세 정상은 “미드캣 사업을 포기하고 대신 우선순위로 3국을 EU 에너지망과 연결하는 녹색 에너지 회랑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