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펄가광장·리젠트공원서 조각 전시회…"런던 시내, 예술이 숨 쉬네"

입력 2022-10-14 18:20
수정 2022-10-15 00:59
‘여성’은 올해 ‘성년’을 맞은 프리즈 런던이 가장 힘을 준 대목이다. 그동안 남성 예술가에게 초점을 맞춘 프리즈 마스터스의 사령탑을 여성에게 맡겨서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큐레이터 출신인 카미유 모리노 AWARE 설립자를 ‘프리즈 마스터스 스포트라이트’ 섹션의 총감독으로 선정한 것. AWARE는 모리노가 여성 예술가를 연구하고 전시 기록을 보관하기 위해 2014년 세운 단체다.

모리노는 올해 프리즈 런던에서 1900~1951년에 태어난 29명의 다국적 여성 작가들을 선보였다. 150개 갤러리 중 26개를 선정해 파렐리사 제이드의 추상화, 메리 코르세의 설치 작품, 거트루드 모건 자매 등의 민속 예술 등을 큐레이션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 3대 경매업체의 낙찰 작품 가운데 여성 작품은 8%에 그쳤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가를 재조명하고, 잘 알려진 작가의 희귀 작품을 재발견하는 걸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모리노는 AWARE 설립 전인 2009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최초로 100% 여성 작가의 전시 ‘Elles(여성들)’를 기획해 이름을 알렸다. 당시 1년6개월 동안 250만 명을 끌어모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전시를 본 뒤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프랑스 미술계는 여성 예술가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프랑수아 피노의 ‘피노컬렉션’은 개관전으로 성평등을 주제로 삼았고, 루브르는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여성 예술가를 조명하고 있다.

프리즈 런던이 올해 트래펄가광장, 리젠트공원, 런던 금융지구 등 런던 시내 곳곳에 무료 야외 조각 전시회를 기획한 것도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 나이지리아 작가 페주 아라티스, 사라 루카스 등의 작품이 도시 건축물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아트페어가 끝나도 작품은 최대 2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킨다. 런던의 조각 작품 지도와 해설은 도시의 조각들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런던=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