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고(高) 환율인 상황에서 해외 투자를 나서는 데 대해 "1~2년 시계에서 환율이 정상화될 경우 잘못하면 상투를 잡는 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전날 서울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기준금리가 3%로 오른 상태에서는 환율이 더 올라서 얻는 이익이 클지, 가지고 있는 돈을 국내로 돌려와서 목표수익률을 맞추는 게 안정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압박 요인이 되고, 금리 인상에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의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 "해외 투자가 국내로 돌아오는 게 금리 인상 폭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과거 위기였던) 2008년과 1997년과 비교하면 당시에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많고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적었다"며 "지금은 내국인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규모가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규모보다 1.5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어 "어떤 면에서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 덕에) 한국이 순채권국이 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환율이 1400원이 됐음에도 부채를 못 갚아서 위기라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학개미, 기관 등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4.2% 올랐는데, 원·달러 환율은 이 기간 6.8% 상승했습니다. 달러 강세 대비 원화 약세가 더 심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와 한은은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환율 상승에 한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396억2000만달러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173억7000만달러)보다 1.5배 많습니다. 물론 최근 글로벌 자본 시장이 부진했지만, 투자자들은 고환율 덕에 손실을 일부 만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총재는 해외 투자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정부의 정책적 측면에서도 유리하지만, 투자자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과거 서울대 발전기금 등 자산 운용을 해본 경험이 있다"며 "기준금리가 3%가 되면서 국고채, 정기예금, 정부 채권 등 위험이 낮은 투자처에서 5~6%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1200원대에서 정한 해외 투자 전략이 1400원대 해외 투자 전략과 같아야 하는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의견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