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P發 움츠러든 2차전지 투심, 반전 모색할 새내기주는?

입력 2022-10-12 15:02
수정 2022-10-13 16:48
이 기사는 10월 12일 15: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는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 흥행 키워드로 작동했다. 꽁꽁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 상황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2차전지 관련 공모주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2차전지 시장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이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반기 대어 후보로 꼽히던 더블유씨피가 공모에서 흥행 참패를 한 데 이어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2차전지 공모주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낮아졌다. 뒤를 이어 공모에 나선 탑머티리얼도 그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속속 2차전지 공모주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각각 5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제이오와 윤성에프앤씨가 그 주인공이다. 성장성을 앞세워 얼어붙은 투자자의 마음을 되돌려놓겠다는 목표다. 다만 적자 기업이거나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이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WCP 흥행 참패에 깨진 2차전지 불패 공식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공모주는 올해 기관투자자는 물론 일반투자자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섹터다. 올 초 LG에너지솔루션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한 이후 배터리 소재와 부품, 장비 제조사로 IPO 기업 범위가 넓어졌다.

국내 증시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성일하이텍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경쟁률인 2270대 1을 기록하며 흥행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 이후 새빗켐(폐배터리 재활용)과 에이치와이티씨(2차전지 부품), 대성하이텍(2차전지 장비) 등이 모두 기관 수요예측에서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더블유씨피가 흥행에 참패한 데다 상장 이후 주가가 좀처럼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2차전지 불패 공식이 깨졌다.

2차전지 분리막 업체 더블유씨피는 9월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래 주가가 공모가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공모가 6만원에 입성했지만 4만원대에 머무르며 공모가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33대 1의 경쟁률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8만~10만원) 하단보다 25% 낮춘 6만원으로 결정했음에도 시장에서 불거진 고평가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더블유씨피가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받았던 회사라는 점에서 예상 밖의 부진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혔지만, 오히려 흥행 참패로 전반적인 IPO 시장 분위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블유씨피에 이어 공모에 나선 2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 업체 탑머티리얼도 싸늘한 공모주 투심을 확인했다. 탑머티리얼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452대 1의 경쟁률을 확보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일반 청약에서는 12대 1이라는 저조한 결과를 얻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더블유씨피의 주가 부진을 확인한 일반투자자들이 더 이상 2차전지 기업이라고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오히려 2차전지 IPO 기업이 부담을 갖고 공모에 나서야하는 악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 제이오, 적자 기업 한계 이겨낼까



시장 여건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잇달아 기업공개에 도전한다. 2차전지 도전재용 탄소나노튜브(CNT) 기업 제이오와 2차전지 설비·장비 제조기업인 윤성에프앤씨가 그 주인공이다.

제이오는 1994년 설립된 기업으로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해왔지만, 이번 공모 과정에서는 2차전지 소재용 탄소나노튜브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2006년 국내 최초로 탄소나노튜브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2차전지용 소재에 최적화된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탄소나노튜브 생산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 300톤 규모였던 생산능력(CAPA)을 오는 2025년까지 연 3000톤 규모 이상으로 1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제이오의 공모가 희망 범위는 1만5000~1만80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1230억~1475억원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999억~5999억원이다. 이번 달 19~20일 기관 수요예측과 25~26일 일반청약을 거쳐 11월 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다만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제이오는 지난해 영업손실 39억원을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7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기술성 특례로 증시 입성을 노리는 이유다. 올해 적자 기업에 대해서는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 모두 더욱 깐깐하게 접근하고 있다.

제이오가 기존 핵심 사업인 플랜트 엔지니어링이 아닌 탄소나노튜브를 전면에 내세운 점을 시장에서 인정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제이오의 매출에서 80% 이상이 플랜트 엔지니어링에서 발생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은 2차전지와 전자재료, 소재 생산설비 등 분야에서 설계·조달·시공(EPC)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탄소나노튜브 역시 제이오가 보유한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제품이다.

제이오가 향후 탄소나노튜브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회사의 방향성을 잡아갈 예정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탄소나노튜브 실적을 바탕으로 책정된 기업가치인 만큼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제이오는 비교기업으로 코스모신소재와 에코프로비엠, 천보, 일진머티리얼즈 등 주요 2차전지 관련 기업만 선정했다. 2025년에 탄소나노튜브 사업에서만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로 457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한 이후 이들 비교기업 평균 EV/EBITDA 수치인 32.1배를 곱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이다.

◆2차전지 장비 윤성에프앤씨, 구주매출 '변수'


그 뒤를 이어 윤성에프앤씨가 공모에 나선다. 윤성에프앤씨는 1999년에 설립된 국내 산업용 믹싱 전문 제조사다. 생산 설비를 '턴키' 방식인 설계·조달·시공(EPC) 형태로 고객사에 제공한다.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물질을 고르게 섞어주는 믹싱 장비와 혼합물을 저장하는 탱크가 주력 분야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리비안 등 국내외 주요 이차전지 제조사 및 전기차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실적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 1080억원을 확보해 지난해 매출(759억원)을 일찌감치 넘겼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47억원으로 지난해 46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윤성에프앤씨의 공모가 희망 범위는 5만3000~6만20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1057억~1237억원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229억~4947억원이다. 이번 달 26~27일 기관 수요예측과 11월 2~3일 일반청약을 거쳐 11월 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기업가치는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를 활용해 산출했다. 2차전지 장비 기업인 피엔티와 대보마그네틱, 엔시스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 21.06배에 윤성에프앤씨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을 연 환산한 275억원을 곱해 기업가치를 매겼다.

구주매출이 일부 포함된 점이 변수다. 공모주식 약 200만주 중 15%인 약 30만주가 구주매출이다. 구주매출은 최대 주주인 박치영 윤성에프앤씨 대표의 몫이다. 박 대표는 이번 공모를 통해 159억~186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구주매출은 통상 IPO 흥행에 걸림돌로 여겨진다. 구주매출은 공모자금이 회사가 아닌 주주에게 돌아가는 만큼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