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역풍…3분기 역대 최대 매출에도 웃지 못하는 LG전자

입력 2022-10-07 17:51
수정 2022-10-08 01:37
LG전자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웃지 못했다. 치솟은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쌓이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1000억원 넘게 밑돌았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21조1714억원의 매출과 74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25.1%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올 1분기(20조9690억원)를 뛰어넘으며 신기록을 썼다.

반면 장사를 잘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978억원이었지만 제너럴모터스(GM) 리콜 비용으로 약 480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반영된 것이었다. 실제 영업이익은 1조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올해 3분기와 비교하면 300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TV 사업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회사의 TV 사업은 악화일로다. 글로벌 TV 수요 감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 내 에너지 공급 불안 등의 악재가 겹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TV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을 대폭 늘리면서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3분기 HE(TV)사업본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90%가량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 역시 녹록지 않았다. ‘LG 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제품군이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한 덕에 매출은 늘었다. 하지만 원자재값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은 지난해만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VS(자동차 부품)사업본부가 두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 것이 위안거리로 꼽힌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숨통이 트이면서 완성차 업체의 생산이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