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는 검찰에"라는 尹대통령, 감사원에 힘 싣나

입력 2022-10-04 06:30
수정 2022-10-04 06:58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의 존재감이 부쩍 커지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사건을 직접 감사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이 정부 입맛에 맞는 감사에 힘을 싣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사원의 입지 강화는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감사원은 인수위에 △시민단체 회계 모니터링 △건강보험 재정 실태 등을 감사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각각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연관된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문재인 케어) 등을 정조준한 감사였다. 당시 감사원 감사연구원장 신분으로 인수위에 파견된 유병호 사무총장이 지금의 사정 정국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유 총장 임명 사흘 뒤인 6월 17일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해경과 군이 2년 전 수사 결과를 뒤집으며 “피격 공무원 이모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한 다음날이다.

감사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직접 겨냥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성남시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사업 당시 민간에 수천억원대 이익을 몰아줬다는 감사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한 것이다.


야권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감사원 정치개입 방지법(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정치적 중립기관이고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기관장 사퇴 압박에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 감사원 이외에 전 정부 조사에 동원할 사정기관이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정치 사안 수사에 가능한 검찰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등에는 아직 지난 정부 인사들이 요직을 지키고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조사를 맡기기 부담스럽다는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감사원 감사는 윤 대통령의 의지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