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경영성과급은 임금일까 아닐까…4대 체크포인트

입력 2022-09-27 17:38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31536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사기업을 중심으로도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을 다투는 소송들이 다수 제기되었고, 현재 하급심 판례들은 서로 상반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매년 노동조합과의 합의로 그 지급 여부 및 지급조건을 정하여 경영성과급을 지급한 사안에서, 이는 지급 여부에 관한 합의 및 당시 정해진 지급조건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지급사유나 지급조건이 불확정·유동적으로 보일 뿐, 그것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1. 2. 4 선고 2020나55510 판결).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해마다 계속하여 기준연도의 당기순이익 달성에 관한 사업목표를 제시하고 일정한 당기순이익 달성시 일정율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내용의 지급기준을 작성한 뒤, 기준연도 결산 후 지급기준 달성시 지급기준에 따라 연 1회씩 지급한 사안에서, 계속적·정기적인 급여로서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2. 1. 21 선고 2021나2015527 판결).

심지어 하나의 기업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는데, 수원고등법원은 경영성과급이 근로자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이나 질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기보다는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그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근로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평균임금성을 부정한 반면(수원고등법원 2021. 6. 17 선고 2020나26085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제공한 협업 근로가 회사의 경영성과에 기여한 가치를 평가하여 근로자들에게 그 몫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의 양이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평균임금성을 인정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17 선고 2019가합542535 판결).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그 결과에 따라 퇴직금 등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각종 법정수당에 대하여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향후 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으며, 각 회사별로 경영성과급의 지급 조건과 실무가 제각각이므로 대법원에서 사안별로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 여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평균임금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정립되었는지 다소 의문이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의 정의로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5호). 결국 ‘근로의 대가’인지 여부에 따라 임금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근로의 대가’의 의미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 판례는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액이 확정’되어 있다면 이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나, 그 지급사유의 발생이 불확정이고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54322,54339 판결 외 다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기 어려운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다41217 판결처럼 위와 같은 ‘지급액의 확정성’ 요건을 생략한 판시들도 없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총액에는 사용자가 근로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으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포함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유사한 취지에서 공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급기야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에 대해서도 평균임금성이 문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종래의 대법원 판례상 등장한 바 있는 ‘지급액의 확정성’ 요건이 어떠한 법리적인 이유로 제외된 것인지 그에 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둘째로, 통상적으로 퇴직금은 평균임금에 근속기간을 곱하여 산정하게 되는데, 경영성과급은 퇴직금을 산정하는 평균임금으로서 기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경영성과급은 매년 지급여부가 다를 수 있고, 지급수준 또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퇴직하는 해의 경영성과가 좋아 경영성과급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평균임금이 크게 늘어나거나, 반대로 퇴직하는 해의 경영성과가 좋지 않아 해당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들에 비하여 성과가 우수함에도 경영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또는 적게 받았다는 이유로 평균임금이 다른 해에 비하여 현저히 줄어든다면 이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에 대법원은 “평균임금을 그 산정의 기초로 하는 퇴직금제도는 직급, 호봉 등에 따른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퇴직급여가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거나 적은 금액으로 되는 것은 그 제도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 5. 12. 선고 97다5015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비추어 보아도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으로 온전히 기능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로, 경영성과급은 본래 주주에게 배당가능이익으로 돌아갈 몫을 근로의욕 고취와 장기근속 유도 등을 위한 인사정책적 차원에서 근로자에게 재량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원마련의 취지에서도 사용자가 근로에 대한 대가로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임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임금과는 별개로 사용자가 지급의무 없이 경영상황에 따라 재량으로 지급하는 금품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경우 기업들은 경영성과급 지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과연 종국적으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결론이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영성과급이 일반적인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 임금구조 하에서 능력과 실적에 따라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차등 폭을 다소간 줄여주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최근의 추세는 장래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는 것보다는 당장의 보상을 희망하는 경향이 높은데,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키는 경우 자원이 한정된 기업으로서는 퇴직금 증가분을 고려하여 경영성과급을 일정부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결국 근로자들이 바라는 방향과 배치되는 쪽으로 기업의 보상정책이 후퇴될 수 있는 우려도 있어 보인다.

향후 대법원이 이에 관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생각하며 아울러 임금의 개념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법리적 기준을 정립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