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부진' 안심전환대출, 엿새째 1만5500건·1조4389억원 신청 그쳐

입력 2022-09-23 15:34
수정 2022-09-23 15:35

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HF)의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접수 6일 차까지 총 1조4400억가량 신청된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6거래일 차인 전날까지 신청 건수는 1만5500건, 금액은 1조4389억원어치 접수됐다. 누적 취급액은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인 25조원의 약 5.8% 수준이다.

창구별로는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7985건(7686억원), 국민·신한·농협·우리·하나·기업은행 등 6대 은행 앱과 영업 창구에서 7515건(6703억원)이 신청됐다.

금융권에선 지금과 같은 신청 규모가 유지된다면 25조원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2015년 첫 번째 안심전환대출 판매 당시엔 첫날에만 4조원어치 신청이 몰리는 등 큰 흥행을 거뒀고, 2019년 두 번째 안심전환대출도 출시 닷새 만에 한도인 20조원을 모두 채웠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이 흥행하지 못한 건 가입 요건이 까다로운 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가입 대상은 부부 합산 소득 연 7000만원 이하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고, 주택 가격은 4억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1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가입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안심전환대출 주택가격 상한이 증액되는 2차 신청일(내달 6일∼13일)이 되더라도 신청건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안심전환대출의 금리 매력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만기(10~30년)에 따라 연 3.8~4% 수준이고, 소득 6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청년층의 경우 금리는 연 3.7~3.9%로 적용된다. 지난해 초저금리 당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 중반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대출자 입장에서 대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조한 신청 속 금융당국은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를 방문해 안심전환대출 상황을 점검하고 "신청 자격이 되지만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홍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서민·실수요자의 금융 부담을 경감할 뿐 아니라, 변동 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우리 가계 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심전환대출 접수는 주택가격 별로 신청기간을 나눠 받고 있으며, 주민등록상 출생연도 끝자리에 맞춘 5부제도 진행 중이다. 신청 첫날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4 나 9인 사람이 신청을 할 수 있고, 16일은 5나 0인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월요일을 기준으로 1, 6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는 2회차 신청 때도 적용되며 안심전환대출 안내사이트를 통해 자세한 5부제 날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5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 '4'와 '9'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었으며 이날은 출생연도 끝자리 '5'와 '0'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단 9월 29일과 30일에는 요일제를 적용하지 않고 신청을 받는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