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남성이 22년 만에 석방됐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법원이 1999년 한인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20년 넘게 복역 중이던 아드난 사이드(41)를 증거 불충분 등으로 석방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메릴랜드주 지방법원의 멜리사 핀 판사는 정부가 피고인의 변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증거를 공유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복역 중인 사이드를 석방하되,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가택에 연금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메릴랜드주에 대해 30일 내로 소송을 다시 제기하거나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드는 1999년 1월 당시 여자친구였던 이모양을 목 졸라 죽인 뒤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돼 2000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1년 가까이 다시 조사한 검찰은 2명의 다른 용의자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확보했고, 이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된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최근 법원에 유죄 판결 취소를 청구했다.
검찰은 "2명의 다른 용의자 중 한 명이 이씨에게 살해 협박을 한 적이 있다"면서 "그뿐만 아니라 한 명은 여성을 차량에서 폭행한 전과가 있고, 다른 한 명은 여러 여성을 강간·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받았다"고 말했다.
또 "사건 당시 사이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00년 재판부는 사이드의 휴대전화 기록에 근거해 그가 사건 당시 이양이 묻힌 공원에 있었다는 AT&T 직원의 증언을 받아들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검찰은 사이드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유죄 판결이 맞는지 자신이 없는 것이라며 법원이 사이드를 서약서나 보석을 조건으로 석방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사이드에 대한 재판을 다시 진행할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료할지는 진행 중인 조사 결과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이드는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사이드는 법원의 석방 명령에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지나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