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본 지 오래다.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커피를 주문해 기다리는 시간 없이 커피를 찾아가는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스타벅스는 수집한 판매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재고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나이키는 가상 세계(메타버스)를 통한 판매망 구축을 추진하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 의존도를 줄였다.
디지털 대전환(DX)의 성공적인 수용 여부가 기업 활동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기존 사업 공식의 기반을 무너뜨린 코로나19 확산은 업종을 초월한 DX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모든 기업은 ‘디지털 약탈자’ 또는 ‘디지털 희생자’ 중 하나의 운명을 맞게 될 것(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10여 년 전부터 DX를 준비해 온 글로벌 기업들은 도전과 준비의 ‘결실’을 맛보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위기에 처한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월마트와 월트디즈니 같은 전통 강자들은 오프라인 매장과 테마파크 방문객 감소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터넷 판매와 동영상 전송 서비스로 보완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효율적으로 재구축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 먹거리를 개척한 사례도 적지 않다. 세계적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의 DX 도입은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인재를 영입한 스타벅스는 모바일 주문, 결제, 개인화 서비스를 하나로 구축해 소비자 대기 시간을 줄였다. 축적된 데이터에 따라 개인의 커피 성향을 분석해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동시에 회전율을 높여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아마존에 유통망 의존도를 줄이고 본격적으로 D2C(소비자 직접 거래)를 시작하는 기반으로 DX를 진행했다. 자체 앱과 플랫폼을 구축해 제조업이라는 경계를 넘어 디지털 기반으로 피트니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콘텐츠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디지털화한 상품 판매를 메타버스와 게임 등 가상 세계에서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독일 화학 기업 바스프는 원재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일본 철도회사 JR동일본은 철도에 붙인 계측 장치나 카메라를 통해 약 6500㎞ 선로의 빅데이터를 수집, 볼트 불량과 레일 왜곡을 파악하고 있다.
일본 초밥업체 스시로는 20년간 축적한 20억 접시분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학습해 매장별 당일 매출과 접시 수를 예측한다. 원재료값 변동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크게 줄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요식업계가 연쇄 도산하는 가운데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배달 서비스를 늘려 2021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17.5%, 영업이익은 89.9% 증가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