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이 바뀐다…해외 부동산 시장 4대 관전 포인트[이지스의 공간생각]

입력 2022-08-31 12:00
이 기사는 08월 31일 12: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필자는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게 업(業)이다. 한번 투자하면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동안 자산을 보유한다. 수시로 자산을 사고 팔 수 없다. 그래서 지금처럼 금리 사이클이 짧아지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더욱 고민이 깊어진다. 신규 투자를 할지, 투자 회수에 나설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긴축적인 금융 환경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상하긴 어렵다. 이럴수록 구조적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중장기 투자자로서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공간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려는 접근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나타나는 아래 4가지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할 시점이다.

1. 갈수록 높아지는 이커머스 침투율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구조 변화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전체 소매 판매 중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2009년 6% 수준에서 2021년 말 21% 수준으로 뛰었다.

이런 변화는 공간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커머스를 지원할 물류 공간에 대한 임차 수요는 급증했다. 반면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 공간에 대한 수요는 정체되고 있다. 미국의 상위 50개 시장에 있는 물류자산 공실율은 2009년 15%에서 2021년 4%로 줄었다. 단위면적당 임대수익은 80%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판매공간을 대표하는 미국 내 A급 쇼핑몰의 공실율은 정체 상태(7%→8%)다. 단위면적당 임대수익도 상대적으로 낮은 25% 증가에 그쳤다. 물류자산과 쇼핑몰의 임대수익 증가율 격차는 적어도 향후 3~5년 간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주택 가격 부담에 임대주택 수요 증가

주택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주택 가격도 급등해왔다. 더군다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2.5% 수준에서 연 5% 중반까지 상승해 주택 매수 부담이 높아졌다. 가구의 총소득 중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3%에서 올해 43%까지 늘었다.

이같은 부담은 임대주택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자가주택 소유율은 2005년 69%로 정점을 찍고 2016년 63%까지 하락했다. 이후 2021년 65.7%로 다소 높아졌다. 미국의 인구 구조 상 2022~2023년 연간 130만~140만 가구가 새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부분이 임대주택 시장으로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임대주택 공실율은 이미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4%대)이다. 앞으로는 2%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로 임대주택 임대료는 2022년 7.3%, 2023년 4.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재택근무 보편화에 '오피스 양극화' 극명

우리나라에는 아직 재택근무가 '간혹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시 재택근무의 도입이 보편화됐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고용 증가율이 높았던 기술(Tech) 기업을 중심으로 부분·전면적인 상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내 오피스의 임차 수요는 감소했다. 미국 오피스 공실율이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2%에서 2021년 17%까지 증가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오피스 시장에서는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 신축 오피스에 대한 임차인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2015년 이후 준공된 오피스의 최근 2년간 순흡수면적은 810만㎥에 달했다. 신규 임차된 면적이 신규 공실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반면 1980년 이전에 준공된 오피스에서는 1810만㎥가 순유출됐다. 오피스의 물리적 상태에 따라 임대 경쟁력에서 극명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4. 기업시설? 이젠 투자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 라이프 사이언스(Life Science) 및 실험실(Lab), 오피스, 영화 스튜디오(Film Studio) 등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시설은 기존엔 일종의 '기업시설'로 여겨졌다. 투자 대상의 바깥에 있던 섹터였다. 하지만 전방산업(클라우드, 제약·바이오, 콘텐츠 등)이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임차 수요도 나타났다. 그러면서 기관 투자자의 투자 대상에 편입되기 시작했고 좋은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사회 변화를 먼저 읽을 수 있는 안목, 고정관념을 벗어난 유연한 사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실행력. 상대적으로 긴 기간 투자하는 자산과 동행하기 위해 실물자산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닐까.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