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일 밤 서초동 사저에서 폭우 사태에 대처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퇴근하지 말고 대통령실에서 대응했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위기 상황에도 전화로 대응했다는데 대통령이 무슨 스텔스기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했다. “왜 청와대를 나와서 비상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폰트롤타워”라는 등 공세들이 경쟁하듯 이어졌다.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표현이나 방식이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새벽까지 전화로 홍수 피해를 점검하고 지시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에 있을 때도 밤중 홍수 관련 대처는 관저에서 보고받고 지시하고, 총리와 해당 장관이 회의를 하고 현장을 챙기는 게 보통이었다. 장소만 다를 뿐 성격이 같은 업무를 그대로 수행한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한 야권의 거친 공세는 이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2개월 때부터 툭하면 ‘탄핵’ ‘국정농단’ ‘촛불’ 운운하지 않았나.
그러나 이런 야당의 도 넘은 공세에 대응하는 여권을 보면 더 한심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만 해도 그렇다. 물론 제대로 된 토론 없이 발표부터 하고 여러 헛발질로 여론 악화를 불러온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추진 과정의 미숙함이란 이유 하나로 이렇게까지 두들겨 맞을 일인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나라 장래를 위해 필요하고 토론해 볼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마당이다. 그런데도 박 전 부총리가 온통 덤터기를 뒤집어썼다. 그가 모든 비판의 화살을 맞을 동안 대통령실과 총리를 비롯한 정부, 여당 어디에서도 정책 논리를 지원하는 목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정책 효용성에 대해 용기 있게 설명하는 사람도 없었고, 대통령까지 무방비로 당하는 마당에 당정 모두 ‘오불관언’이었던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위기 때 ‘단일대오’로 강한 힘을 보여줘도 시원찮을 판에 당정이 이렇게 엉망이니 능력 있는 어느 누가 정부 고위직을 선뜻 맡으려 하겠는가.
야당이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해도 여당에선 누구 하나 방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는데도 마찬가지다. 절박함은 눈 씻고 봐도 안 보이고 ‘나만 욕 안 먹으면 된다’는 보신주의에 ‘웰빙 정당’ 체질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 야당이 오만하고 기고만장하는 것도 여권의 총체적 무기력 때문일 것이다. 거대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할 건 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해야 할 말마저 제대로 못한다면 책임 있는 집권당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