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의 숙원사업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건설이 시범단지 선정 6년만에 물꼬를 텄다. 서울시의 심의 절차 첫 단계를 통과하면서다. 오는 2027년 강남의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양재에 국내 최초의 도시물류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첫 단추 꿴 양재 물류단지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달 민간위원을 포함한 실수요검증위원회에서 하림산업이 신청한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설립 건에 대한 자문 절차를 마쳤다. 2016년 국토교통부가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를 선정한 지 6년만이며, 하림산업이 지난 1월 서울시에 실수요 검증 신청서를 접수한 지 6개월여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추진을 위한 첫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이번 위원회의 자문결과를 반영해 하림 측이 사업 초안을 만들어오면 전략환경평가 등 다음 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하림그룹은 2016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9만4949㎡(약 2만8800평)를 4525억원에 매입해 물류단지 설립을 추진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에 인접해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8년 제출된 하림의 투자의향서와 관련 “시의 개발 방향과 배치된다”며 거부해 사실상 인허가 과정이 중단됐다. 급기야 하림그룹은 지난해 1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같은 해 8월 감사원이 하림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감사원은 "서울시가 정책추진 상 혼선을 초래했고 대외 구속력 없는 방침을 준수하도록 요구했다"며 서울시에 '기관 주의' 처분을 내렸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해 4월 취임한 직후 서울시 도시교통실에 물류정책과를 신설해 기존에 도시계획국에서 관장하던 양재 물류단지 사업을 이관하면서 하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최종 인허가까지 넘을 산 많아
하림이 구상하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물류·업무·문화·교육연구시설 뿐 아니라 공공주택과 숙박시설 등이 복합으로 들어선 일종의 스마트시티다. 하림 관계자는 "제조·물류·유통이 동일 공간에서 이뤄지고 단지내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재활용 처리하는 첨단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며 "물류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서울 안에 들어서는 첫 대형 물류센터라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의 비용이 혁신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초대형 프로젝트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실제 건설에 들어가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서울시의 환경평가협의회, 물류단지계획 심의 뿐 아니라 건축 인·허가 등의 절차를 통과해야한다. 건축 인·허가의 경우 건축심의위원회를 거쳐야하는데 자치구인 서초구 뿐 아니라 하림과 갈등을 겪었던 서울시의 도시계획국과도 연관이 될 수 있다.
또 심의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시설 비율,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 등의 쟁점으로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변 교통 영향도 심의 과정 중 주요 현안이 될 전망이다.
5조원이 넘는 사업비 마련은 하림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림그룹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NS쇼핑을 상장폐지한 데 이어 NS쇼핑의 투자부문을 하림지주와 연내 합병할 방침이다. NS쇼핑의 자회사이자 양재 물류단지 사업을 진행하는 하림산업은 하림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