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오는 5800억원어치 그림들

입력 2022-08-09 18:52
수정 2022-08-10 00:21
영국 표현주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과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아드리안 게니(45)의 수백억원대 작품 16점이 다음달 한국을 찾는다.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여는 베이컨과 게니의 2인전을 통해서다.

크리스티는 9월 3~5일 서울 청담동 ‘분더샵 청담’에서 ‘육체와 영혼: 베이컨/게니’ 전시를 연다고 9일 밝혔다. 전시장에서는 베이컨의 ‘초상화를 위한 습작 II’ ‘교황을 위한 습작 I’등 8점과 게니의 ‘눈꺼풀이 없는 눈’ ‘컬렉터’ 등 8점을 만날 수 있다.

두 작가는 인간의 암울한 내면을 강렬하고 역동적으로 표현한 화풍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시작 추정가는 총 4억4000만달러(약 5740억원)로, 한 점당 평균 가격이 300억원을 넘는다. 다만 이들 작품은 이번에 판매하지 않는다. 예약자에 한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리스티가 기획한 아시아 순회전의 일환이다. 크리스티는 지난 5월 22~29일 홍콩에서 같은 전시를 열었다. 크리스티코리아 관계자는 “9월 2일 개막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아트페어(프리즈)’에 일정을 맞췄다”며 “이번 전시를 위해 크리스티 최고경영자(CEO)인 기욤 세루티를 비롯해 주요 임원이 방한할 예정”이라고 했다.

크리스티·소더비와 함께 ‘세계 3대 경매업체’로 꼽히는 영국의 필립스 옥션도 KIAF-프리즈 기간에 맞춰 한국에서 첫 기획전을 연다. 필립스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울 강남의 이유진갤러리에서 ‘뉴 로맨틱스’ 전시를 연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 작가 캐서린 번하드(47)와 헤르난 바스(48) 등 유명 작가 23명이 낭만주의 화풍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다.

세계적인 경매업체들이 잇달아 한국에서 대형 전시를 선보이는 것은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 허브’로 점찍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크리스티가 베이컨·게니의 2인전을 홍콩 바로 다음으로 한국에서 연다는 건일본이나 싱가포르보다 서울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