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세계 집값 하락률은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3% 정도 급락했다. 1990년대 초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불패론’을 제기한 이후 세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최후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서울 강남 아파트마저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뒤늦은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츨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차이가 크지만, 세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말에 비해 2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초 연 3%에 못 미치던 미국의 30년 모기지 금리는 한때 연 6%를 넘어서기도 했다.
인구절벽 우려도 세계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올 들어 “세계 인구는 20세기 이후 120년 동안 지속돼온 팽창 시대가 마무리되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돌이킬 수 없는 인구구조 변화는 모든 분야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인구절벽 우려 보고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우려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다. 1년 전 “중국 인구가 감소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계기로 제기됐던 중국의 인구절벽 우려는 현실화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인구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의 생명은 ‘선제성’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1선 목표’인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초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처럼 초기 진단에 실패해 뒤늦게 금리를 ‘말이 뛰는 식’으로 올리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돼 왔다. 특히 2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로 각종 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에서는 후폭풍이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고한 ‘SF 복합위기’가 올 것인가 여부다. SF 복합위기란 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미 세계 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세계 경제 주도국의 물가는 목표치인 2%를 4배 이상 웃돌고 있다. 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하락했으며, 2분기 성장률은 잠재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판단 기준으로 본다면 ‘경기침체’다.
세계 경기 앞날과 관련해 더 우려되는 것은 인구절벽이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대 교수는 자신이 쓴 <인구 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에서 코로나 사태가 해빙될 무렵 세계 인구가 감소하면 세계 물가는 10%대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구절벽에 따른 인플레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린다면 세계 인구 증가 시기에 잠복해 있던 빚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빚은 2007년 113조달러에서 올 1분기 230조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고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다.
지난 3월 이후 세계 집값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마자 제2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우려가 고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국민들의 밀린 집세는 100조원에 달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밀린 집세로 강제 퇴거당한 사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노멀 SF 대형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플레만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처방으로는 안 된다. 종전의 이론과 관행을 뛰어넘는 ‘문샷 싱킹’ 위기 대처법이 필요하다. 각국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이달 말 열릴 ‘2022 잭슨홀 미팅’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