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출범 여부를 결정한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을 가결했다. 6·1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사퇴 처리된 조수진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최고위 재적 인원 7명 중 4명이 참석해 과반 정족수를 채웠다.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대한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불거졌다. 앞서 사퇴 의사를 밝힌 배·윤 최고위원이 사퇴서가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고위 의결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합니다’라고 7월 29일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 표결했다”며 배 최고위원을 직격했다. 이어 “물론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undead)’가 나온다.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꼬집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 사퇴’ 쇼를 목도하니 환멸이 느껴질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최고위가 소집을 가결함에 따라 상임전국위·전국위가 이번주 열릴지 주목된다. 비대위 전환을 반대해온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도 뜻을 굽혔다. 그는 이날 “지금이 비대위를 소집할 만한 ‘비상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당헌·당규상 절차가 있기 때문에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임전국위가 열리면 현재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볼지에 대한 당헌·당규 유권해석 안건이 먼저 상정된다. 당헌 96조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비대위를 둘 수 있다.
비상상황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오면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및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이 상정된다. 당헌 96조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대표’ 또는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권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이 아니라 직무대행이다.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직무대행까지로 확대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다.
이 과정을 거쳐 권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선출된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임명하면 비대위가 출범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여당의 비대위 전환 움직임에 “민생도 그렇고 여러 해결할 일이 많다”며 “당이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