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오늘 대만 방문, 차이잉원과 회담"…백악관 "필요한 안전조치 할 것"

입력 2022-08-02 15:26
수정 2022-09-01 00:01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대만의 현상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과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이 벌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패권 경쟁에 국내 정치상황까지 맞물리면서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 없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美 "현상유지 변화 없다"2일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뒤 오후 늦게 대만으로 이동한다. 그는 3일 오전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한 뒤 다음 목적지인 한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1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에 대해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당초 펠로시 의장의 행동이 미·중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하지만 미 하원의장으로서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는 일정을 확정하자 그의 신변 보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회는 (행정부에서) 독립돼 있기 때문에 하원의장이 독자적으로 방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하원의장의 방문은 선례가 있으며 이번 방문으로 현상이 변화되는 것은 없다”면서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도 변화가 없으며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징의 행동은 긴장을 증대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중국군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하원의장이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결정할 경우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향후 어떠한 긴장 고조에도 관여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中 "심각한 사태 초래"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제기해 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제멋대로 짓밟는 것"이라며 "이는 중미 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해 매우 심각한 사태와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했다. 중국 군용기는 전날부터 가까이에 머물면서 중간선을 잠시 건드리고 돌아가는 전술적 움직임을 반복했다. 대만 군용기들은 근처에서 대기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전날에도 중국의 젠(J)-16 전투기 4대가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국방부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 주변 상공에 미군 대잠초계기와 정찰기 등 3대의 군용기가 비행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치까지 얽혀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는 양국의 정치적 상황도 얽혀 있다. 먼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겐 3연임을 확정하는 가을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앉아서 지켜보기 어려운 변수다. 대만 통일은 시 주석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급 지도자 지위에 오르기 위해 갖춰야 할 업적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시 주석의 권위를 깎아내리려는 미국의 전략이라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무산되면 중국의 협박에 굴복했다는 비판 속에 11월 중간선거에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안 그래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처럼 두 나라가 모두 양보하지 않는 '치킨 게임'은 결국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에게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 모두 마음속으로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