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직무대행 내려놓겠다"…與, 비대위 전환 급물살

입력 2022-07-31 17:29
수정 2022-08-01 01:12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대행을 맡은 지 20일 만이다. 배현진 최고위원에 이어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 등이 사퇴 의사를 밝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80여 일 만에 집권여당이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임박했다. 與 최고위원 연쇄 사퇴 ‘강수’권 대행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뜻을 충분히 받들지 못해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직무대행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권 대행은 8일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를 중징계한 이후 ‘원톱’으로 당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준석 리스크’는 곧 ‘권성동 리스크’가 됐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관련 발언 논란에 이어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유출 사태까지 사고가 거듭되면서 당정 지지율 하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29일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던졌고, 박수영 의원 등 초선 32명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뜻하는 이른바 ‘윤심(尹心)’이 작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심(尹心)’ 작동했나조수진 의원이 31일 ‘윤핵관’의 2선 퇴진을 주장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게 결정타가 됐다. 조 의원은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바닥을 치고 올라가려면 여권 3축의 동반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특히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선배들도 정권 교체를 해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은 간직하되,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당 안팎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권 대행이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 대행은 “여러 최고위원분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며, 하루라도 빨리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 데 저도 뜻을 같이한다”며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원내대표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권 대행의 직무대행직 사퇴 후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도 “직에 연연하지 않고 헌신할 각오가 돼 있다”며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가 출범하려면 최고위 기능이 상실돼야 한다. 최고위 의결정족수는 재적인원의 과반이다. 조수진·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사퇴 뜻을 밝히면서 현 지도부 출범 당시 9명의 최고위원(이준석·권성동·조수진·배현진·정미경·김재원·김용태·윤영석·성일종) 중 5명이 부재 상태가 됐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사퇴했다. 의결정족수인 과반이 무너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최고위 기능 상실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리형 비대위→조기 전당대회 수순?반면 친이준석계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자진사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이 왜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지 정치적인 이유도, 당헌·당규상 원칙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며 “그저 대통령실 의중만 살피고 눈치 보기에 바쁜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임시 지도부다. 친윤계에선 이르면 9월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우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등 당내 5선 중진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조기 전대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가 순탄하게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임시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초단기 비대위는 더 나쁜 발상”이라며 “법적으로 살아 있는 당대표를 몰아내는 전당대회는 당헌·당규 위반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종의 ‘당권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