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발 뗀 규제혁신, 관건은 속도와 설득이다

입력 2022-07-28 17:27
수정 2022-07-29 08:06
정부가 어제 140건의 규제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배달로봇의 인도 주행 허용, 사립대학 보유재산 수익화 허용, 숙박업 진입장벽 완화 등 그동안 민간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규제 민원이 포함됐다. 규제혁신 과제 1004건 중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처리 결과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정부 발표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게 “현장 목소리에 집중했다”는 대목이다. ‘풀 수 있는 것은 다 푼다’는 자세로 개인과 기업·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은 결과 한 달여 만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단 몇 줄의 문구 수정만으로 현대중공업과 LG화학 롯데케미칼이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준 것이 좋은 예다. 새 정부의 규제혁신 구호가 말뿐이 아니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첫발은 잘 뗐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뚝뚝 떨어지는 성장률에 ‘SF(스태그플레이션+금융위기) 복합위기’ 경고등까지 켜진 상황이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정부와 민간이 한 몸으로 곤두박질치는 내수와 수출, 투자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최근 13조원짜리 감세안을 내놨지만 ‘제2의 감세’(규제완화)로 민간의 투자 의지를 더 고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 알다시피 ‘덩어리 규제’들은 대부분 국회 몫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부터 금융·산업 분리, 수도권 규제 등은 법 개정 없이 풀 방법이 없다. 여소야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2024년)까지 규제완화는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든 야당과 이해 관계자들을 발바닥이 닳도록 쫓아다니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뛰게 해야 한다. 추후 책임 추궁에 대한 걱정 없이 소명의식을 갖도록 안전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완화 업무에 대한 면책을 공식화하고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장을 규제혁신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그런 안전장치 없이 실적만 채근하니 어제 총리실과 기획재정부가 같은 날 비슷한 내용으로 규제혁신 성과를 경쟁하듯 발표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 아닌가. 일단 혁신 의지는 어제 발표로 충분히 보여줬다. 궁극적 목표는 제도적으로 금지한 것만 막고 모두 풀어주는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이다. 갈 길도 멀고, 할 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