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을 끌어온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어제 노사협상 타결로 끝났다. 노조 측은 불법점거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고, 회사 측은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노사 모두 패배자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파업이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 대우조선의 존립 기반을 찾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향을 확실히 잡고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런 면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국민 세금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파산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 혈세(공적자금)로 20년을 연명해오면서도 분식회계와 횡령 등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고, 적자 기업 신세를 면치 못했으니 또다시 헛돈을 쓰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선 대우조선 파산을 막는 유일한 길은 분리 매각밖에 없다. 덩치도 크고 부실도 많은 대우조선을 통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12조원가량의 혈세가 들어갔지만, 경영 정상화는커녕 최근 10년간 누적 순손실이 7조원을 넘는 등 부실만 쌓였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에 2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고, 부채비율이 500%를 웃돌 정도로 재무구조가 엉망이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4400억여원인데,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2조7000억여원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5000억원 적자인데, 파업 손실까지 더해질 판이다. 방산과 LNG(액화천연가스)선, 상선 부문을 떼어내 파는 게 유일한 처리 방안이다.
군함 잠수함 등을 만드는 방산사업은 해외에 매각할 수 없다. 정부(산은)가 일정 지분을 갖되, 현대중공업 방산 부문과 합쳐 별도의 방산 전문기업을 설립하면 어떨까.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3사를 통합해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국내 군함 분야 방산업체 총매출이 연간 2조원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8개 업체가 난립해 통폐합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LNG와 상선 부문은 국내외를 가리지 말고 인수 희망자를 찾아야 한다.
중요한 문제는 매각에 앞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기업 체질을 벗고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야 매각도 가능해진다. 지금 같은 방만한 경영 구조와 강성 노조의 리스크를 떠안고 인수에 나설 기업이 어디 있겠나.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야당도 대우조선 민영화에 반대하면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와 산은의 단호한 결단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