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관리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2060년까지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R&D 로드맵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준위 방폐물 R&D 로드맵을 공개했다. 고준위 방폐물 부지 확보를 시작으로 중간저장시설, 심층처분시설을 확보해나간다는 전략으로,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 관리 기술 확보를 위해서 장기 R&D 로드맵을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식 폐기한 윤석열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전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강화 정책을 위해선 ‘안전’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이어 이번에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술 투자계획을 내놨다. 고준위 방폐물은 높은 열과 방사능을 갖고 있어 원전 확대 과정에서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 왔다.
정부는 이번에 마련한 R&D 로드맵을 바탕으로 고준위 방폐물 안전 관리에 필요한 운반·저장·부지·처분 분야 104개 요소 기술과 343개 세부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104개 요소 기술 중 22개는 국내 기술력을 통해 이미 확보했다. 49개 기술은 개발 중이고, 나머지 33개는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술은 현재 미국·스웨덴·핀란드 등 선도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운반 분야는 84%, 저장 분야는 80%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부지(62%)와 처분(57%)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가장 첨예한 사항인 방폐장 부지 선정은 국내외 지구물리탐사 조사·분석 결과 등을 학습시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지조사 결과 해석모형 등을 2027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또 2035년까지 지질환경·생태계·기후변화 예측 검증 기술을 확보해 환경적 영향이 가장 적은 부지를 채택할 수 있도록 기술적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고준위 방폐물 심층처분시설 건설기술은 2031년까지 확보하고, 2048년까지 처분시설 건설과 운영에 대한 실증 작업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2056년부터는 심층처분시설 건설에 돌입, 2060년부터 심층처분시설에서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시작하는 일정이다.
산업부는 분야별 후속 토론회와 해외 전문기관 자문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고준위 방폐물 안전관리 기술 R&D 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