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지난 4, 5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것도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초강수로 분석된다.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연 2.25%로 돌아간 것은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이다. 빅스텝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확산도 광범위하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해지면서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2.75~3.0%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이냐’는 질문에도 “현재로서는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물가가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혀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소비자물가는 올초 3%대에서 3월 4.1%로 오른 뒤 5월 5.4%, 6월 6.0%로 매달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6%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후 처음이다.
연 1.75%(상단 기준)로 같았던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는 0.5%포인트 벌어졌다. 시장 예상대로 오는 26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이 총재는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로 인한 신흥국 파급 영향 등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