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랄프로렌, 나이키, 룰루레몬 등 해외 패션 브랜드가 올해 들어 한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열지 않았던 자사몰 개설을 준비하고, 초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해 한국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테스트 베드로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몰 준비 중인 폴로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랄프로렌은 자사몰을 개설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 자사몰 문을 열 계획이다.
폴로는 국내에 진출한 지 38년이 지났으나 아직 한국에서 본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을 낸 적이 없다. SSG닷컴 등 직접 계약을 맺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뉴트로(새로움+복고풍) 패션 유행의 영향으로 폴로 의류 매출이 증가하자 직접 판매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폴로는 시장 규모가 큰 중국이나 유럽에는 온라인 자사몰이 있으나 한국에는 따로 만들지 않았다”며 “최근 매출이 늘자 직접 온라인 의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로는 자사몰 운영에 앞서 한국인들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막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폴로 랄프로렌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국 IP를 통한 접속을 막아둔 상태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을 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결제한 명세가 있는 신용카드로만 결제를 진행해야 하는 등 과정이 매우 번거롭다.
이는 한국인들의 수요를 자사몰로 이동시키려는 조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폴로 제품들의 경우 11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할인이 적용되면 한국과 미국의 가격 차가 50~70% 벌어져 통상 이 기간에 ‘폭풍 해외 직구’가 이뤄졌다. 대형 매장 잇달아 오픈 해외 패션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격도 이어지고 있다. 애슬레저(일상복과 경계를 허문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은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이태원에 2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 문을 열었다.
두 개 층 총 727㎡ 면적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호주와 아시아 시장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룰루레몬 관계자는 “한국과 호주에서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룰루레몬은 작년 한국에서 5곳의 매장을 늘릴 만큼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신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프랑스 아미는 이달 말 신사동 가로수길에 4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나이키도 홍대에 새로운 매장을 연다. “中 배후기지로 중요”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이처럼 한국 진출을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중국 시장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류 열풍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이 중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으면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란 생각도 있다. 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 국내 법인 관계자는 “한국 시장 자체는 미국·유럽·중국 등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이들에 비해 우선순위는 밀린다”면서도 “다만 하이테크 제품들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서의 중요성은 본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