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쇼핑몰 불모지’로 불리는 광주광역시에 복합쇼핑몰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복합쇼핑몰 광주 유치’ 공약이 지켜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광주에 복합쇼핑몰 ‘더현대 광주’ 설립을 추진한다고 6일 발표했다. 더현대 광주는 광주 북구 임동에 있는 31만㎡ 규모의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사진)에 들어설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부동산개발업체 휴먼스홀딩스제1차PFV와 구체적인 점포 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광주를 운영하는 법인을 따로 세워 독립 경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운암시장과 양동시장 등 인근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위한 마케팅·서비스 교육 등을 지원해 동반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복합쇼핑몰이 문을 열면 약 2만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광주는 호남지역 최고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더현대 광주가 준공하면 광주에 문을 여는 첫 복합쇼핑몰이 된다. 인구가 143만 명에 달하는 광주는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쇼핑몰이 없는 곳이다. 지난해까지는 창고형 대형마트도 없었지만, 롯데마트가 올 1월 종전 롯데마트 상무점을 재단장해 ‘맥스’를 열어 한 곳이 생겼다.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설립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이 골목상권 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유통업계에서 광주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도 윤 대통령의 공약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이후 6·1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이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이 됐다.
다만 더현대 광주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부 지역주민과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사이에 여전히 복합쇼핑몰 설립을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지역 여론에 따라 설립 인허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경쟁 유통사들이 광주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도 현대백화점에는 부담이다. 롯데는 어등산 관광단지 일대를 개발해 복합쇼핑몰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등산 외 다른 지역에도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는 2015년 광주종합터미널 등 광주신세계 주변 부지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했다가 시민단체 반대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광주에 대한 관심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 경제 규모를 고려해 복합쇼핑몰을 한 곳만 우선 유치하기로 가닥을 잡고, 현대백화점 등 4개 유통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