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10% 할인법' 나온다…서민지원 vs 적자우려 [법안 스트리밍]

입력 2022-06-28 15:13
수정 2022-06-28 15:21


정부는 지난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하반기(7~12월) 대중교통 카드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로 상향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총급여 7000만원을 받는 A씨가 올해 대중교통에 지출한 금액이 상·하반기 각각 8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소득공제액은 기존 64만원에서 96만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치솟는 물가를 비롯해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로 인한 서민 가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고육책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교통비에 대한 소득공제 수준을 높여주는 간접적인 지원이 아닌 교통비 자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는 법안 개정이 추진된다. 미국 독일도 도입한 교통비 할인제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음주께 발의할 ‘대중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시민들의 대중교통 가격을 한시적으로 할인해주는 ‘교통 특별할인 제도’를 도입하자는 게 골자다. 물가상승률이나 금리 등 각종 경제지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불안해졌을 때 국가재정을 풀어 교통비를 약 10%가량 깎아주자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은 이달 1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중앙정부가 약 3조4000억원가량의 재정을 투입해 할인권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은 뉴욕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급감한 대중교통 이용의 활성화 등을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의 경우 약 10%의 교통비 할인이 이뤄지면 2021년 도시철도 총 연간 승차 운임 수입 1조6000억원 기준 연간 약 1600억원의 대중교통비 지원 효과가 발생한다. 우 의원은 “고물가로 어려워진 민생경제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중교통 이용증가로 자가용 운행이 줄면 고유가에도 대응할 수 있고 탄소중립 등 친환경 경제 여건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교통 특별할인 제도는 지금도 지자체별로 시행을 할 수 있다.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광역단체장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는 식이다. 다만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별도 컨트롤타워 등이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만 가능하다. 반면 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유사시에 국가는 의무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해야만 한다.

수년째 만성적자..재원마련 가능한가 지자체의 대중교통 운영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추가적인 지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2020년 1조1137억원에 이어 지난해 9644억원의 적자를 냈다. 공사는 계속되는 적자 부담에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조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다.

무임승차 등으로 가뜩이나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유가 인상까지 덮치며 추가 할인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자체들의 주장이다. 예산을 다루는 기재부의 입장도 변수다. 최근 서울시 등 광역·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가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국비 보전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 의원실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대통령실 이전과 같은 불요불급한 예산 사용을 중단하고 민생대책에 집중하면 대중교통 요금 할인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라며 ”무임승차제도로 인한 운임손실 보전과 벽지 노선 버스 운영 상황 개선 등 대중교통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