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에 장사 좀 되나 싶더니…뛰는 물가에 유통기업들도 비상

입력 2022-06-22 17:42
수정 2022-06-23 01:40
유통업체들은 아직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악영향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더 누리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지출을 늘리던 소비자들이 뛰는 물가에 지갑을 다시 닫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던 백화점업계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먼저 감지되고 있다. 패션 매출 증가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원면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로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의류 판매 가격이 높아진 게 매출 증가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는 올초 자체 브랜드(PB) ‘무탠다드’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상했다. 무탠다드의 가격 인상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유니클로는 오는 27일부터 일부 상품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2년여 만에 외출이 증가하면서 올해 패션 부문 매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판매가 인상이 잇달아 소비자가 등을 돌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든 올해를 재도약 기회로 삼고 있던 대형마트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물가 상승에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대형마트는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생활필수품을 주로 팔아 물가 상승기에도 버티는 힘이 강한 곳이다.

하지만 올해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설 태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이상기후 등으로 곡물과 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형마트에서 파는 상품 중 안 오른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호황을 누렸던 배달앱 업체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배달비 부담에 배달 대신 포장 주문을 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서 배달 음식 수요도 쪼그라들었다. 유통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인프라를 구축해 선보인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는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편의점은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가장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편의점의 평균 객단가는 7000원 수준으로 구매 단가가 다른 업태에 비해 높지 않다.

소비자들이 물가 인상을 편의점에서 체감하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발(發) 악영향은 대개 객단가가 높은 백화점부터 시작해 대형마트, 편의점 순으로 이어진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편의점도 타격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