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의 정리해고 필요성을 인정한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진 ‘정리해고=부당해고’ 분위기를 탈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는 특히 지속적인 적자 누적이 발생하지 않았어도 경영상 어려움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명된 경우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노조 등과 성실하게 협의 등 네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법원은 이 중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업이 부도 위기에 빠지지 않는 이상 정리해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4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 이후 같은 맥락의 판결이 8년간 나오지 않은 배경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전과 달리 ‘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을 넓게 해석했고, 기존 대법원 입장과 결을 같이한 원심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심은 “이 회사가 단체협약상에서 경영상 해고로 정하고 있는 ‘지속적인 적자 누적’은 없었다”며 “사무실 등의 부동산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데다 대주주에게 현금배당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강관업체 전반이 위기여서 동종업계 대표 업체도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점 △매출, 영업이익 등이 2014년에 비해 급감했고 향후 업황 회복이 예상되지 않은 점 △차입금이 2014년 87%에서 이듬해 224%로 급격히 증가한 점 △근로자들도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정리해고 필요성을 수긍한 점 △반드시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원심을 뒤집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소수(3명)인데도 정리해고의 적법성을 인정한 점이 대법원의 입장 변화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심은 “이미 137명의 근로자를 감축했는데 또 인원을 추가 감축해야 할 만큼 경영상 위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남은 정리해고 인원이 적다고 해서 경영상 위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이번 판결이 경영난을 겪고 있거나 극심한 경영난이 예고된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2020년엔 한화투자증권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결 내린 바 있다. 함승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리해고가 도산 회피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최진석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