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멤버들에게 연락해서 필요한 서류와 도장을 받으러 다니고, 상표권 양수도 절차가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그룹 갓세븐의 리더 제이비(JAY B)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해 1월 기존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종료한 갓세븐 멤버들은 최근 '재결합'의 꿈을 이뤘다. 연예인 표준계약서의 최대 계약 기간 7년이 도래하고,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다시 뭉치기가 어렵다는데 그 힘들다는 걸 1년 4개월 만에 해낸 셈이다.
소속이 달라진 멤버들이 한 팀으로 다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따른다. 먼저 기존 그룹명을 유지하기 위해 상표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개인 활동 일정 속에서 팀 컴백을 위한 시간 할애하며 상당 부분을 조율해야 한다.
상표권 문제는 아이돌 1세대 때부터 이어져 온 갈등 양상이다. 소속사를 떠난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 활동하고 싶어도, 상표권을 가진 소속사의 합의가 없다면 사실상 기존 그룹명으로는 재결합이 불가능하다. 과거 신화, 티아라, 비스트 등의 사례가 이어지면서 한때 이름이 있어도 마음 놓고 부를 수 없는 이들을 홍길동에게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팀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잡고 있다. 실제로 신화와 티아라는 분쟁 끝에 상표권을 넘겨받았고, 비스트는 상표권을 양도받지 못해 하이라이트로 이름을 바꿔 활동 중이다.
'수월하게 합의했다'는 갓세븐의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제이비는 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갓세븐 상표권을 양수받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그 배경에는 '흔쾌히 상표권을 넘겨준' JYP의 결정이 있었다.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제이비는 "JYP 정욱 사장님께서 흔쾌히 이름 상표권 (양도에) 응해주셨다. 변호사가 이렇게까지 좋게 상표권을 양도해주는 경우는 없다고 얘기하더라. JYP 정욱 사장님과 박진영 형한테 감사하다는 마음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현재 'GOT7' 상표권의 최종권리자는 임재범, 박진영, 최영재, 김유겸, 마크 이엔 투안, 왕잭슨, 쿤피묵 부와클로 되어 있다. 멤버 7명의 본명이다. JYP가 상표권을 양도함에 따라 이들은 갓세븐의 이름으로 음반 및 음원을 발매하고, 공연을 개최하는 게 가능해졌다.
'변호사가 이렇게까지 좋게 상표권을 양도해주는 경우는 없다고 얘기하더라'는 제이비의 말에 대해 업계 또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는 기획업자가 계약 기간에 본명, 예명, 애칭을 포함해 가수의 모든 성명, 사진, 초상, 필적, 기타 가수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일체의 것을 사용해 상표 및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고, 기획업자의 이름으로 상표등록 또는 디자인등록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등록한 상표권 및 디자인권을 가수에게 이전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기획업자가 상표 및 디자인 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등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에는 가수에게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결국 분쟁으로 번질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엔터 업계의 특성상 지지를 보내주는 팬의 영향력 없다면 그룹의 존재 이유는 부정당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누구의 공이 더 컸느냐만을 두고 상표권 문제를 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관계자는 "갓세븐의 재결합은 연예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했다. 그는 "최근 많은 아이돌이 '해체'가 아닌 '해산'이라는 말을 쓴다. 그만큼 향후 그룹 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면서 "JYP와 갓세븐은 자칫 희망 고문으로 들릴 수 있는 그 말이 실현 가능한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투자 범위가 큰 기획사 입장에서는 결코 합의가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상표권을 아티스트에게 돌려준다는 건 팬들에게 유의미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