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6개 기관이 할 일을 가상자산시장에서는 거래소 하나가 다 한다. 자본시장은 거대한 규제체계로 움직이지만 가상자산은 10장 짜리 특금법 시행령 만으로 움직인다. 대체 그동안 정부는 뭘 했는가. 문재인 정부 공무원들이 서로 안하겠다며 ‘거리두기’를 해온 탓에 엉망이 됐다.”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간담회에서 이같이 질타했다. 윤 의원은 “거래는 증권사에서, 주식 보관은 예탁원이, 평가는 신용평가사가, 전산은 코스콤이 관리한다”며 “가상자산은 법 도입이 늦어진 탓에 거래소 체제가 자리잡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루나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와 교환 가능한 암호화폐다. 윤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상품권으로 정리된다”며 “1달러어치 리브라를 가지려면 1달러를 맡겨야하는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은행만 계좌에 돈이 있는 만큼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과 영국은 테라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준거토큰(스테이블코인)에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거래소에서 일반 가상자산과 같이 엄격한 심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국회에 발의된 13개 가상자산업법안을 통합하기 위한 기본 토대가 될 용역 보고서를 최근 금융위에 제출했다.
김 연구원은 “가상자산시장의 업태와 최근 사고를 보면 100년 전 자본시장 초기와 너무 비슷하다”며 “투자자 자기 책임이라는 원칙 하에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는 공시 위주의 규제가 중심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학부 교수는 “(암호화폐 주요 투자정보를 다룬) 백서는 대표가 자의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에서의 증권신고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나 상장으로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코인 발행사와 거래소에 높은 수위의 규제를 적용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 교수는 “현재 자본시장법 규제도 형사제재 중심으로 돼있어 높은 증명력이 필요하고 규제 집행에도 2~3년이 걸린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행정 과징금 규제 위주로 대응해 불공정거래에 대응하는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인이 왜 상장됐는지에 대한 공개가 없이 어떤 공개되고 합의된 룰 없이 게시판과 팝업창으로 띄우는 부분에 대해서도 투자자들 입장에서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상장에 투명한 절차를 도입하고, 근거와 사유를 공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