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매출 12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했다. 2분기 반도체 수요가 둔화가 예상되는데다, 공급마저 불안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28일 신한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만원 내린 15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조치도 장기화되면서 반도체 수요 전망이 크게 불확실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수요가 둔화함에 따라 2분기 실적 증가 속도도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잇달아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대비 1만2000원 내린 14만1000원, 하이투자증권은 1만5000원 하향한 14만원으로 정했다. 유진투자증권과 상상인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8000원, 1만원 끌어내렸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2조15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116% 늘어난 2조8596억원을 달성했다. 통상 1분기가 ‘반도체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영업이익의 경우 당초 증권가 예상치인 3조344억원에 못미쳤지만, D램 제품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에 따른 1회성 보상비용(3800억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역시 어느정도 예상에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일부 D램 제품의 하자로 3800억원 규모의 판매보증충당부채를 1분기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2분기부터 공급 문제가 부각 돼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원자재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고, 반도체 생산장비도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길어지면서 생산 설비 확대가 지연되고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달 들어 주가가 6% 이상 빠졌다.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27일에는 2.25% 내린 10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도연 SK하이닉스 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요 둔화로 실적 증가 속도가 예상 속도보다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봉쇄 등 거시적인 이슈들이 해결되면 주가가 더욱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D램 재고가 최근 증가 중인데 상반기 말까지 재고 수준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느냐가 결국 관건”이라며 “한국 반도체 경기는 중국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성과가 국내 기업들의 주가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