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존 6%에서 세 배 이상 늘리는 수준이다. 일명 ‘반도체 초격차 프로젝트’를 가동하려는 움직임이다.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부터 규제 해소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업계의 숙원이 얼마나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2일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은 경제적 중요성뿐 아니라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20%까지 올리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공제율이 경쟁 국가보다 크게 밀려선 안 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 공제는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수준까지 올려달라고 건의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기준 최소 20% 이상 세액공제가 이뤄져야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국내에 둘 만하다”고 했다. 반도체 생산 거점 유치에 나선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최대 40% 세액공제안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인수위는 공장 신·증설의 인허가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부처로 일원화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반도체 초강대국’을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2분과를 중심으로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수립에 들어갔다”며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 연합’ 간 경쟁의 시대로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인텔·퀄컴, 대만은 TSMC와 협력하듯 한국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손잡고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미국이 51%로 가장 높고 한국(18%), 유럽(9%), 일본(9%) 순이다.
인수위가 검토 중인 반도체 핵심 정책 과제는 △인력 양성 △시스템 반도체 육성 △연구개발(R&D)·설비 투자 지원 △공급망 협력 체계 구축 등이다. 인력 양성은 반도체 관련 학생과 정원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전력 등 분야별 반도체 대학원을 신설해 석·박사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파운드리 투자·생태계 지원도 확대한다.
반도체업계에선 지원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각 정책과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지은/오형주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