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빗장 풀리고 '리오프닝' 훈풍 불어도…착잡한 카드사

입력 2022-04-12 08:00
수정 2022-04-12 08:23

코로나 사태로 위축됐던 대면 활동이 점차 재개되면서 카드업계가 '리오프닝(reopening·경제 활동 재개)' 준비에 나섰다. 해외여행이나 외식, 공연 등 그동안 소비가 주춤했던 업종의 프로모션이 부쩍 늘었고 관련 혜택에 특화한 신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처럼의 활기에도 카드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올해 또 한 차례 강행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오프닝 훈풍이 다시 마케팅 비용 급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용 감축, 카드론 수익 등으로 호실적을 유지해온 카드사들은 올해 대면 소비 회복에도 불구하고 역성장을 면하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역대급 실적에도 본업 경쟁력은 뒷걸음질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카드 전체 승인 금액은 77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9% 증가했다. 승인 건수도 17억2000건으로 5.9% 늘었다. 특히 항공·철도·버스 등 운수업 카드 승인액(6400억원)이 1년 전보다 17.3% 늘었다. 숙박·음식점업 승인액(7조8000억원)도 2.5% 늘었다. 두 업종은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타격이 컸던 대표적인 분야다. 이밖에 도·소매, 여가 관련 서비스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모임과 야외 활동 중심으로 카드 사용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최근 들어 항공권과 호텔, 외식, 테마파크 등 야외활동·여행 관련 프로모션을 대폭 늘리고 있다.

리오프닝 훈풍에 발빠르게 올라탔지만 카드사들은 웃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소비 회복세와 프로모션 확대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총 2조7138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34% 급증한 역대급 실적이었지만 정작 카드사의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로 얻은 수익(7조7030억원)은 성장률이 8.7%로 전체의 4분의 1에 그쳤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수료율이 세 번째로 인하되기 직전이었던 2018년(7조9112억원)에 비하면 오히려 수익이 2.6% 감소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후 카드업계의 실적이 개선된 데에는 카드론 수익 확대, 비용 감축 등의 효과가 컸다. 초저금리로 카드사의 조달 비용이 내리고 대출 수요도 늘면서 카드론 수익(4조3663억원)은 3년 새 16% 늘었다. 카드사들이 새 먹거리로 활발하게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리스 수익(5377억원)도 31.1% 급증했다.

반대로 카드 비용은 같은 기간 7.6%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 결제와 각종 부가 혜택 사용이 줄고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쪼그라들면서 카드사가 제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7513억원)는 코로나 이전보다 26.5%나 줄었다. 대면 모집 활동이 줄면서 카드 모집 비용(8042억원)도 23.1% 감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거리두기 완화로 그동안 못 했던 각종 프로모션을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어 마케팅 비용과 제휴사 수수료 비용 등도 다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점유율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카드사들도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프로모션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케팅 비용 늘고 금리 급등..."수익성 방어 총력전" 카드업계는 올해 수익성 방어 총력전에 나섰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로 업계는 연간 총 4700억원가량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을 견인했던 카드론 수익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부터 대폭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 가능한 한도 자체가 줄어든데다, 금리 급등으로 카드사의 조달 비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1년 만에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카드사 입장에선 조달 비용도 크게 늘었다"며 "비용 절감, 신사업 확대 등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