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양귀비 재배 금지…세계 1위 수출국 오명 벗을까

입력 2022-04-04 14:57
수정 2022-05-04 00:01

세계 최대 아편생산국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이 아편의 원재료인 양귀비 재배를 금지한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양귀비 수확을 비롯해 헤로인, 해쉬쉬(고농축 대마초) 등 마약 제조 및 유통을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시행했다. 현재 아프간 전역에선 파종과 수확이 진행 중이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에선 수확이 시작됐고 동부 지역에선 파종이 시작됐다.

아프간 정부는 수확을 계속하면 처벌할 거라고 경고했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누구든 법령을 어기게 되면 농작물을 모두 소각당하고 이슬람 율법(샤리아법)에 따라 징역형 처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아프간은 20년 가까이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으로 악명이 높다. 국제연합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은 세계 생산량의 85%에 달한다고 추산된다. 지난해에만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6800?에 달한다.

양귀비 수확 금지령으로 인해 아프간 경제에 타격이 올 거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아프간은 아편을 판매해 매년 18억~28억달러 수익을 내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소 수익으로 추산해도 2020년 아프가니스탄 국내총생산(GDP)의 7%를 웃돈다.

아프간 저소득층 반발이 거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프간 소작농과 일용직 노동자 대다수가 아편 산업에 종속돼서다. 이들은 양귀비를 수확하고 아편을 추출해 매달 300달러 가까운 수익을 낸다. 양귀비를 담보로 잡고 생필품을 구매하는 일도 흔한 걸로 알려졌다.

탈레반 정부는 2000년에도 양귀비 수확을 금지시켰다.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정권을 잡기 전 탈레반은 아편 판매수익을 반군 활동 자금줄로 활용해왔다. 선포 후 양귀비 수확 금지령은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