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박정호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란 틀 갇혀선 안돼"

입력 2022-03-31 15:05
수정 2022-03-31 15:06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은 31일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라는 틀에 갇혀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제약이 있다"며 글로벌 초일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함께한 10년, 함께 만드는 100년'이라는 주제로, 출범 10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3월26일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사명을 바꾸며 SK그룹 관계사로 새롭게 시작했고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박 부회장은 이날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구성원 가족과 함께하는 글로벌 초일류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최고 수준 인재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성장 중심 회사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구축 ▲유연한 일하는 방식과 업무 환경의 혁신 등이다.

특히 박 부회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 방향성으로 '기존 틀을 깨는 초협력을 통한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로의 진화'를 제시했다. 그는 "국경과 산업의 벽을 넘어 경쟁력 있는 파트너라면 누구와도 힘을 합쳐 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에 지을 연구개발(R&D) 센터를 글로벌 ICT 고수들과 협력하는 장(場)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지향하는 R&D 센터를 미국 서부에 조성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은 "현재의 메모리반도체 제조기업이라는 틀에 갇혀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제약이 있다"며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넘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마저 먼저 찾아 주도적으로 해결해주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진화해 가야한다"고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사내 커리어 성장 프로그램(CGP), 국내외 대학과 파트너십 확장 등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 인재 육성에 힘쓰는 한편 자녀 돌봄 휴직 3개월, 난임 휴가 등 제도 도입 등 여성 경력단절과 저출산 등 사회 문제 해결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4월부터는 '해피 프라이데이(Happy Friday)'도 시행한다. 2주 동안 80시간 이상을 근무한 구성원은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월 1회 세 번째 금요일에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근무 시간을 효율화 하려는 시도다.

구성원들이 시공간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게 '글로벌 거점 오피스'도 확대한다. 회사 구성원의 배우자 등이 해외로 근무지가 바뀔 경우 구성원이 경력 단절 없이 해외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기술 인재는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전문가 제도'의 선발 범위도 생산 현장의 장비 전문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구성원에게 '10주년 특별 축하금'으로 기본급의 200%를 지급했다. 전날 기준 재직 중인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되며 연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이천 지역사회도 축하 영상을 보냈다. 2021년 SK하이닉스 대상 시상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출범 10주년을 자축했다. 그는 "10년 전 불확실성을 딛고 지금 SK하이닉스는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이 됐다"며 "이를 가능하게 해준 구성원 모두는 내 삶에 별과 같은 존재"라며 지난 10년의 소회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