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거점' 마련한 구글·아마존…글로벌 기업들도 대도시로 몰린다

입력 2022-03-28 17:06
수정 2022-03-29 01:34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에서 대도시로, 도시에서도 기능이 밀집된 초(超)도심으로 기업의 연구개발(R&D) 거점이 집중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은 수조원을 들여 뉴욕 등 대도시에 거점을 마련하고 나섰다.

구글은 지난해 9월 뉴욕 맨해튼 서남부에 있는 화물터미널인 세인트존스터미널을 21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코로나19 이후 뉴욕에서 거래된 최고가 건물이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이 건물은 내년 구글의 R&D 인력을 포함한 수천 명의 직원이 일하는 오피스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구글은 2018년 맨해튼 내 다수의 부동산을 인수하며 1만2000여 명이 일하는 제2 본사를 뉴욕에 구축했다. 새 건물 인수를 통해 뉴욕 내 인력을 1만5000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것이 구글의 계획이다.

뉴욕 중심부에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은 구글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아마존은 맨해튼 중심부에 있는 미국 최고(古) 백화점인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 건물을 11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 중인 이곳엔 이르면 올해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2000여 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메타(옛 페이스북) 역시 맨해튼 중심부에 있는 제임스팔리빌딩 전체를 임대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영국은행, 런던증권거래소, 런던금속거래소 및 5000여 개 금융회사가 밀집한 시티오브런던에 빅테크 분야를 비롯한 각종 기업이 몰리고 있다. 시티오브런던은 지하철 뱅크역을 중심으로 면적이 1제곱마일(약 2.59㎢)에 불과해 ‘스퀘어마일’로도 불린다.

경제계는 빅테크 기업의 이 같은 행보를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인재 유치 경쟁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스카우트한 인력만 200여 명에 달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메타버스 등 급성장한 신성장 부문의 인재가 한정된 상황에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이들이 선호하는 도심 핵심 지역 내 입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도심 집중 현상은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20년 8월 일본의 수도권인 도쿄도에 본사를 둔 상장사 202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도쿄 도심으로의 집중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유효 응답 기업 389개사 가운데 26%인 97개사가 본사 재배치를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97개사 가운데 73%는 본사 이전 대상지로 도쿄 중심지인 도쿄23구를 꼽았다. 수도권 외 지방을 검토 중인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주요 대학이 몰려 있어 인재 풀이 넓고, 20대를 중심으로 도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보니 기업의 도쿄 집중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국토교통성의 분석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