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은 1년이 멀다 하고 바뀌어 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 안정 명분으로 강화하던 것을 작년부터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완화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제도가 누더기가 되면서 현장에서는 갖가지 비정상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비싼 서울 아파트는 종부세가 면제되고, 이보다 가격이 낮은 세종 아파트는 종부세가 부과되는 역전현상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e편한세상신촌(84.98㎡)은 공시가격이 작년 10억8500만원에서 올해 12억2300만원으로 올랐다. 1주택자 기준 종부세 공제액 11억원을 초과해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작년 공시가가 적용되면 세금이 면제된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진 세종시에선 집값이 이보다 낮은 주택 보유자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세종 새롬동 포스코더샵힐스테이트(129.77㎡)의 올해 공시가격은 11억3800만원이다. 전년(11억6300만원)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2년 연속 11억원을 초과해 어느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인 김종옥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세금 정책에서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역전현상”이라며 “낙장불입 원칙이 있는 투전판보다 못한, 해서는 안 될 분식회계를 국가가 나서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강북과 지방에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한 2주택자보다 서울 강남의 고가 1주택 보유자가 세금을 덜 내는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1주택자에게만 세금 감면을 해주겠다는 입장이어서다. 올해 공시가격이 22억6600만원으로 오른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82.61㎡)를 보유한 1주택자는 작년 공시가격 18억5600만원 적용으로 올해 종부세를 1125만원 낼 것으로 계산됐다. 작년 1082만원에 비해 약 40만원 오른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대전 유성구 죽동푸르지오 등 서울 강북과 지방에 2채를 보유한 경우 합산 공시가격이 작년 16억5900만원에서 18억6300만원으로 오르면서 세 부담이 2274만원에서 3017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실질 보유 재산이 더 적은데도 세금은 더 많이 내게 되는 것으로, 세 부담 차이는 작년 1192만원에서 올해 1892만원으로 58.7% 확대된다.
다주택자 여부에 따라 동일한 주택에 두 가지 공시가격이 존재하는 ‘이중가격’ 문제도 국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사해 놓은 올해 공시가격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 조사 예산은 연간 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시가격을 되돌리는 조치가 시행되면 재산세 대상 전체와 종부세 대상 중 1주택자는 올해 공시가격을 이용하지 않게 된다. 올해 보유세만 한정하면 종부세 대상자 중 다주택자와 법인 등 80만 명 정도만을 위해 정부가 800억원을 들여 새로운 공시가를 매긴 것이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