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효진의 세금 내는 아이들] '2022 개정 교육과정' 경제·금융 과목 외면 말아야

입력 2022-03-23 17:24
수정 2022-03-24 00:10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고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체제 전환이 필요함을 추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이전 교육과정이 전문가 중심의 국가 차원 개발이었다면 새롭게 만들어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 교육 주체의 개발 참여가 확대된다. 그렇다면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경제·금융 교육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자리 잡게 될까?

대한민국은 여느 때보다 경제·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와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이어지며 사람들의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고 이러한 관심은 우리 아이들에게 해야 할 경제·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금융 관련 도서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서점의 어린이 코너를 잠시만 둘러봐도 아주 많은 경제·금융 어린이 도서가 출간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주식을 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중파에서 어린이의 경제생활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렇게 어린이 경제·금융 교육 관련 도서와 매체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경제 관련 콘텐츠를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학부모와 사회의 경제·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가 클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 학교에서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아이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경제·금융 교육 내용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교육과정상에 나와 있지 않다 보니 학교에서 이뤄지는 아이들의 삶과 관련 있는 금융 교육은 순전히 교사 개인의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다. 다행히 교육과정의 재구성 또는 학급 경영 방법 접목을 통해 아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교사가 많이 있다. 경제·금융 교육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경제·금융 교육 연구회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인이나 연구회 활동만으로 전체 학교의 경제·금융 교육을 이끌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과 맞물려 아이들의 삶과 관련 있는 경제·금융 교육 연구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지정된 교육과정 연구학교 중 경제·금융 역량 함양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연구를 담당할 학교가 초등 4개 교, 중등 2개 교로 총 6개 학교가 지정됐다. 지정된 연구학교에서의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실질적인 교육과정 운영 모델이 개발되길 기대해 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인 초등 3~6학년의 선택과목 신설도 경제·금융 교육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전국 학교가 공통적인 교과를 가르쳐야 했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3~6학년 학년별 최대 2개까지의 선택과목을 학생과 학부모 요구에 따라 선택해 가르칠 수 있다. 선택과목 활용을 통해 경제와 금융에 대해 가르치고 싶어도 정해진 교육과정을 따르느라 지도할 시간이 부족했던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년 뒤인 2024년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해서 2026년이면 모든 학교급에 적용될 예정이다. 아직 총론만 만들어진 상태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여러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새롭게 완성될 교육과정은 우리 아이들의 삶과 관련 있는 경제·금융 교육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 현장에는 아이들의 교육에 열정적인 교사가 많다. 이런 열정적인 교사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